9일로 민자당은 창당 3주년을 맞는다. 계파로 갈려 매일같이 물고뜯
던 지난 1-2주년과 올해 행사가 같을 수 없다. 정권을 창출한 당
으로서 새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맞는 창당기념일. 모든 당원이 경
축해 마지않을 일을 앞두고 당사무처에 불안한 공기가 감도는 것은 무슨
일인가. 민자당부터 개혁하겠다 는 스스로 대선 공약 이행 때문이다
. 민자당 개혁 은 감량이다. 3당합당으로 체중이 대번에 두 배로
불어난 민자당. 월 경상비 30억원 안팎,급여 인원 1천7백여명,통
-반에 까치 미친 조직,이정도면 웬만한 재벌기업 뺨치는 덩치다. 정당
은 돈을 쓰는 조직이지 버는 조직이 아니다.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오느
냐는 모두가 안다. 민자당이 스스로 감량하지 않고서는 개혁의 주체
로 나설 자격이 없다. 민자당이 지금 방만한 기구의 통폐합을 자체
검토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당위이기도 하다. 이 정당한 명분은 그러
나 많은 사람과 그들 가족을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 기구가 폐지되면
많은 인원이 잉여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무처내에 불안한 공기가
짓누르고 모이면 웅성웅성할 수 밖에 없다. "정당에 청춘을 바쳤는데
,이제 이 나이에 어디가서 뭘 하라는 건가. 퇴직금을 더 준다고? 그
돈이 실직을 보상할 수 있나. 우리는 가장이오." 학교에 다니는 아
이가 둘인 한 고참 사무처 요원의 솔직한 심경이다. 젊은 사람들은 "
마구 칼을 휘두르면 집단 대응하겠다"고도 말한다. 한 개인으로서 무서
운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이 딜레마를 역대 집권당은 잉여인원 을
정부 산하단체 같은 곳으로 전출시키는 것으로 해결하곤 했다. 비록
이젠 이 길 마저 좁아졌으나 그나마 대안이라는 것이다. 혹은 기구만
줄이고 남은 사람을 그냥 안고 가면서 자연 감소 추세에 맡겨둘수도 있
다. 그런다면 이것은 개혁 은 아니다. 더구나 김영삼총재가 약속해온
뼈를 깎는 개혁 은 아니다. 솔선수범도 아니며 개혁의지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미봉이며,편하게 가는 것이다. 국민과 자신을 적
당히 속이는 것이다.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것,그것은 김 총재도
민자당원들도 국민도 다 알면서 서로 약속했던 것이다. 그 고통은 현
실이며,눈물이며,아픔이다. 이것을 이기지 못하면 개혁은 없다. 이 눈
물을 예견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이 말한 개혁 은 거짓이다. 지
금 이 순간에도 이 사회의 곳곳에는 어느 날 출근하니 자리가 없어진
회사원들이 있다. 그들도 가장이다. 민자당원만이 당하는 고통은 아
니다. 스스로 개혁하기위해 고통을 감수하고있는 민자당 사무처요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을 찾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