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미술 하고 싶은대로"/장남 푸른하늘 리더-막내는 골퍼지
망/가수하며 밤무대 안서기 약속/수학 잘하던 딸은 광고 금상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세상에 있을까. 그것도 좋은
대학 인기학과에. 누구나 다를바 없는 학부모들의 이같은 바람이 지나
칠 때 그 가정과 개인은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최근 온
통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대학입시 부정사건이 바로 그 불행한
결과 이다. 공무원 유해강씨(58)의 가정은 이런 의미에서 이단
의 가정이다. 유씨가 다른데도 아닌, 교육부 의 공보관이자 교육부에서
31년째 근무해왔다는 점에서 보면 이단도 이만저만한 이단이 아니다.
출가한 딸을 포함,4남매 모두가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제각기 자
신의 길 을 찾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맏아들은 다니던 대학까지 버리고
제 갈길을 갔다. 그래도 그는 멀리서 바라보며 용기만을 북돋워 주었
을 뿐이다. 큰아들 영석(27)은 청소년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
고 있는 록그룹 푸른하늘 의 리더. 작곡-작사-편곡에 노래까지 도맡
아 한다. 요즘에는 자아도취 라는 곡으로 각종 음악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휩쓸고 있다. 영석군은 어학을 잘해 외국어대 영어과로 진학하
기를 바랐던 유씨다. 그러나 아들은 뜻밖에 이공계 대학으로 진로를 잡
았다. 내심 야속하기조차 했으나 유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86
년 어느날 아들은 "죄송합니다,아버지.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고 했다
.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자기 방문과 창문에 담요를 둘러 쳐놓고 기타
를 치면서 작곡을 공부했던 것을 가족중 자신만이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곰곰 내 젊은 날을 떠올려봤지요. 사
업가가 되려던 꿈을 포기했을 때의 허전함,그 이후 오랫동안의 무력감
." 다니던 대학을 그만 두고 서울예술전문대에 들어가겠다는 영석군의
청을 허락하면서 유씨가 내건 조건은 세가지였다.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더라도 밤무대는 나가지 말 것,잠은 반드시 집에서 잘 것,인간관계
를 무엇보다 우선할 것. 큰아들에 이어 반기 를 든건 둘째 딸 주
연양(24)이다. 중학 시절부터 수학에 재능이 뛰어났고 성적도 전교
1~2등을 다퉈왔기 때문에 당연히 대학도 이공계통을 지원할 줄 알
고 있었다. 그 딸이 대학입시를 불과 몇달 안남겨놓고 "미술 평론가가
돼보고 싶으니 허락해달라"고 나오더라는 것이다. 미대를 가려면 실기
를 새로 해야 하는데다,짧은 기간에 비싼 레슨을 시킬 형편도 못돼 반
대하던 유씨는 또 한번 져줄수 밖에 없었다. 주연양은 혼자 집근처 화
실로 새벽 6시면 달려가 떼를 써가며 데생부터 배우더니 홍익대 미술학
과에 보란 듯이 합격했다. 2학년 올라갈 때쯤 산업미술 분야로 방향을
바꾼 주연양은 급기야 졸업반인 91년에는 신문사 광고대상 광고디자인
부문에 금상을 따냈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학을 전공하고 있
다. "막내 아들은 속을 좀 썩였습니다. 공부보다 이것저것 운동을
좋아했고,가끔 말썽도 부렸어요." 그러던 원석군(22)은 우연히 동네
골프연습장에 나오던 국가대표 출신의 골퍼 김성종씨(51) 눈에 띄어
수제자 로 입문했다. 결국 원석군은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명골프
코치가 되겠다"면서 수원대 사회체육과에 진학했다. 졸업도 하기 전에
교수요원으로 예약 돼 서일전문대로부터도 장학금을 받아온 원석군은
작년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입대했다. "솔직히 말해,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인생처럼 행복한 인생이 없다는 것을 애들에게서 배웠
습니다."그는 욕심이 없었기에 행복한 이 시대의 평범한 보통가장에
지나지 않는다. 입시부정에 휘말린 자신의 직장얘기엔 밝아보이던 표정
위로 이내 그늘이 스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