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차장 경질시도 발단 감정대립 비화 "워싱턴=정해영기자"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이 요즘 클린턴 행정부와 아주 불
편한 관계에 있다. 그 원인은 미 법무장관 출신의 딕 손버그 행정담당
사무차장을 비미국인으로 교체하려는 갈리 총장의 계획을 눈치챈 클린턴
행정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은 1년전에 취임한
이집트 출신의 갈리 총장이 현재 미군이 거의 전담하고 있는 소말리아
구호활동을 유엔 평화유지군이 인수토록 하는 데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고 이스라엘내 4백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레바논으로 추방하는 데 대
해 이스라엘측에 불필요한 압력을 가해 유엔-이스라엘 관계에 긴장을 초
래했다고 비난하는 등 최근 몇주간 감정이 좋지 않았다. 클린턴 행정
부는 갈리가 유엔 사무차장을 비미국인으로 앉힐 경우 유엔을 미국이 원
하는 방향으로 개혁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이번에 한번 본때를 보이기로
작심을 한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2월1일 유엔을 방문,매들레인 알브라이트 신임 유엔주재 대사를 소개
하고 유엔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천명하면서 갈리 총장에게 그
동안 쌓인 미국측의 불만을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
갈리 총장은 유엔체제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대이라크 제재조치에
찬성하는 등 미국의 정책에 부합하는 행동으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최근 갈리 총장이 다수로 유엔 표결을 좌우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기타 제3세계 국가들과 결속을 다지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은 유엔을 개혁하려는 그의 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간주,공공
연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갈리 총장이 이번에는 손버그 차
장을 85년이후 유엔 아동구호기금(유니세프)의 고위 간부인 노르웨이
출신의 칼린 엘리즈 샘푸씨로 경질하려 하자 관계가 더 악화되기에 이르
렀다. 손버그 차장은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으로 있다가 91년 펜
실베이니아 상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시고 갈리 총장과 비슷
한 시기에 사무차장을 맡았다. 손버그 차장은 클린턴 행정부의 등장으로
3월1일 퇴임할 예정이다. 갈리는 이 자리에 비미국인을 앉히려 하고
있고 클린턴 행정부는 계속 미국인이 맡아서 개혁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