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선거만 끝나면 신문 지면을 어지럽게 장식하며 치르는 통과
의례 가 있다. 선거부정사범에 대한 조사와 기소,재판 등의 절차다.
요즘도 여야를 막론하고 쟁쟁한 거물급 인사들이 연일 검찰청과 법원을
들락거리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에서 나는 지금 민주주의를
뿌리째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 는 무거움과 심각성을 읽
을 수 없는 까닭은 왜일까. 최근 숙명여대 이영란교수가 발표한 선
거사범에 관한 양형연구 란 논문은 우리 제도권이 과연 공정한 선거풍토
를 뿌리내릴 실천적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실증적인 판례분석을 통
해 잘 설명하고 있다. 우선 주목할 사실은 선거사범에 대한 처벌이
다른 형사범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는 점이다. 이 교수가 지난 9대부
터 13대까지 다섯 차례의 총선사례를 분석한 결과,선거사범에 대한 실
형 선고율은 10.1%에 불과했다. 사기죄에 대한 실형선고율 57.8
%와는 현저한 차이다. 조사대상이 된 선거사범 기소사건 3백38건중
실형은 34건,집행유예가 1백65건,벌금이 1백6건,무죄는 1건.
유죄는 유죄지만 국회의원 신분에는 전혀 영향이 없는 선고유예도 9%가
넘는 32건이었다. 14대 총선 당시 금품살포 혐의로 구속됐다가
옥중당선된 이강두의원이 작년 말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 결정을 받아 기
사회생한 사례는 당선되면 그만 이란 그릇된 풍조를 더욱 부채질할까
무섭다. 법은 지연을 싫어한다 , 사법은 신선할 수록 향기가 높다
는 법언도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것도 입증됐다. 이 교수의 분석
결과 선거사범에 대한 재판기간은 불합리하게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
으로 나타났다. 3백38건의 선거사범 사건중 재판기간이 1년을 넘긴
사건수가 38건으로 11.2%이고,2년을 넘긴 사건수도 11건으로
3.3%가 된다.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인 데 비해 지나치게 긴 재판기
간이다. 비록 결과는 상식적인 것이었지만 서석재씨에 대한 재판결과를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한 것에는 형확정이 특별한 이유 없이 사건후
3년반이상 걸린 데에도 한 원인이 있었다. 헌법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갖고 있다는 선거법을 위반한 사범에 대해 관대한 처벌이 만연돼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처벌이 없거나 가벼우리라는 기대는
범죄에 대한 끊임없는 유혹을 낳게 한다는 말을 새삼 되살리게 하는 대
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