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연구소 80%가 "간판뿐"/국제 학술지도 논문도 대만-멕시
코에 뒤져 독일 아헨공대의 공작기계연구소. 교수가 3명,박사과정 학
생이 1백50명인 이 연구소의 필립 투프만씨(31.박사과정 2년)는
"연구비를 지원할 업체를 물색하느라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철저히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공부하는 게 독일 대학이다. 연구소 소장은 신
문공고를 통해 뽑는다. "년간실적 전무" 예사 산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하고,공개강좌를 열어 실력 테스트를 한다. 프
랑스의 콩피엔느 대학 실험실은 학과가 아니라 각 연구소에 딸려 있다.
평가는 철저하게 논문의 양과 질,나아가 실용화 실적을 기준으로 행
해진다. 연구소 소장이나 학장은 학계 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실력을 인
정한 교수들만 맡을 수 있다. 광운공대에는 10개 학과에 연구소가
7개 있다. 학과 하나에 거의 한개 꼴로 연구소가 있는 셈이나,이들
가운데 제대로 된 논문집을 내는 연구소는 드물다. 아주대의 이공계통
연구소는 17개다. 그중 5개는 작년도 연구실적이 없다. 2개 이상
의 연구소에 중복등록돼 있는 교수가 30명이 넘고,5개 연구소에 적을
두고 있는 교수도 있다. 91년 2월 설립된 중앙대 슈퍼컴연구소.
재단에서 교책연구소로 지정,30억원짜리 IBM 슈퍼컴퓨터를 들여 놓았
다. 5층 건물도 새로 지었다. 그러나 작년까지 수행한 슈퍼컴 관련
프로젝트는 한건도 없다. 이공계통에서는 알아준다는 대학들 형편이 이
렇다. 자체기획 거의 안해 교육부가 집계한 전국의 이공계 대학연구
소는 작년 말 현재 3백17개. 85년의 1백53개에서 2배 이상이
늘었다. 이중 교육부가 스스로 살림을 꾸려나갈 토대가 돼있다고 보고
공인해준 법정연구소는 20%인 63개에 불과하다. 서울대와 연-고대
도 몇몇 연구소를 제외하고는 독자적인 사무실과 실험기기를 갖춘 연구소
가 거의 없다. 교수 연구실에 명패만 걸어놓고 있는 간판 뿐인 연구
소다. "교수들이 프로젝트를 따기 위한 명목으로 연구소를 만듭니다.
연구를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연구소는 거의 없습니다." 서울대 항공공학
과 김승조교수(42)의 말이다. 판공비가 나오고 수업부담이 적은 연
구소 소장직은 대강 원로 교수가 맡는 수가 많다. 우리나라 전체 이
공계 연구원의 30%,박사급의 77%가 대학에 몰려 있다. 이렇게 우
수두뇌만 모아놓은 곳이라면 거기서 나오는 물건 들도 대단할 것이라는
게 일반인들의 소박한 생각이다. 정말 그럴까. 대학은 기초연구를
하는 곳 이라고들 하니,특허나 상품화 등 실용화 실적은 차치하자. G
NP를 고려한 논문 기대치에 대한 실제 생산실적은 놀랍게도 해마다 줄
어들고 있다. 국제학술지 게재 논문수는 84년 기대치 1천4백58편
에 대해 5백55편으로 38%,87년 2천9백70편에 1천1백20편으
로 37.7%,88년은 기대치 3천6백58편에 대해 1천2백70편으로
34.7%다. 선진국은 그만두고 대만 멕시코 브라질 등등 우리와
비슷한 경제발전단계에 있는 나라들과도 비교하기 조차 부끄러운 성적이
다. "우리나라의 총 연구개발비 중 대학에 할당되는 연구비는 10%도
안된다." "교수 1인당 학생수가 30여명이다. 이런 형편에 어떻게
연구를 " 대학에 비판이 가해질 때마다 나오는 상황론 이다. 인공
지능의 일종인 퍼지 칩을 세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일본 지방대학 구
마모토대의 야마가와 하게시 교수(산천렬.38)다. 군소대학 처지가 처
량하기는 일본도 마찬가지. 77년 퍼지이론을 이용한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다는 논문을 국제전기전자학회에 투고했으나 무시당했다. 분개한 야
마가와 교수는 폐기처분된 구닥다리 기기들을 모아 칩 제작에 필요한 노
광장치,현미경 등을 연구실에서 조립해 써가며 83년 10월 시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걸 들고 기업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했으나 또
지방대학 출신 이라는 이유만으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결국 야마가와
교수의 끈기에 질린 다테이시(입석)전기가 지원을 결정,그는 87년
국제학회에서 퍼지컴퓨터 개발을 발표하게 됐다. 한국의 대학에 개혁의
바람이 불지 않는한,과학기술 입국의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