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일본경제)신문 9일자에 어느 일본 대기업 워싱턴 주재원의 일
화가 실려있다. 작년 7월 그는 의회 주변에서 중요한 정보 하나를 건
졌다. 미국 의원들중 덤핑과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 그는
이 정보를 즉시 도쿄본사에 보고했다. 여기까지는 어느나라 누구라도
하고있는 주재원의 기본활동이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한국상사 해외
주재원들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그는 이 정보를 흘리기 시작했다.
우선 일본기업과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지는 싱가포르정부에 알려주었
다. 또 한군데 일본 통산성과 직통정보망을 형성하고 있는 워싱턴의 미
국연구소에도 흘려주었다. 일본인이 나서면 역효과가 날까봐 정보 누출작
업은 미국인 부하직원에게 맡겼다. 그로부터 한달반후 일본통산성이 움
직였다. 장관명의로 법안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이 발송되고,결국 법안을
사전봉쇄하는데 성공했다. 외국정부와 연계전략을 강구하고,통산성을 보이
지 않는 손으로 조정하는 정보유통 솜씨가 돋보인다. 이번에는 문예춘
추 2월호에 실린 최고 경영인의 논문을 보자. 작년 이맘때 일본식 경
영의 종말을 경고했던 모리타 아키오 소니 회장이 다시 워드프로세서를
두드렸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이 6번의 해외출장중 3번의 행선지가
일본이었음을 지적했다. 클린턴의 일본중시 태도가 일본에는 다시 찬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통합을 블록화라고만 생각하는 속
좁은 시각을 부정했다. 오히려 EC 통합이야말로 지역간 장벽을 허무는
자유화 물결이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그는 문제는 미국-유럽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단언했다. "일본인의 내장길이가 미국사람보다 길다"
는 이유로 값싼 미국식품 수입을 막고,"일본의 눈과 유럽의 눈은 질이
다르다"며 유럽제 스키용품을 거절하는 일본이 이상하다는 주장이다.
거대한 시대흐름에 섬세하게 진동하는 노경영인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
2년전 걸프전이 터지자 일본 경제학자들은 즉각 걸프전에 관한 책을
공동집필했다. 경제학자라면 전쟁과는 거리가 멀지만,그들은 경제학 측
면에서 전쟁의 의미를 토론했다. 이같은 학자들 덕분에 일본인들은 걸프
전의 의미를 다양하게 파악하고 있다. 우리는 기껏 역시 미국은 강하
다 거나 현대전은 TV게임같은 하이테크전쟁 이라는 정도로 걸프전을
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걸프전을 계기로 전쟁의 전략-전술이
뒤바뀌고,강대국간 정치적-경제적인 힘이 재편성 되는 시발점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소설가 시바 료타로는 "1백50년전 한국인은 아편전쟁
의 의미를 몰랐다"고 한탄했다. 서양과 동양의 파워(힘)가 부딪쳤던
이 전쟁에 일본은 민감하게 반응,그후 한국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