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암호화폐가 주류가 되려면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금융학자들의 글이 실렸어요. 학자들은 사용자 교육과 보안 문제 등 9개 과제 해결을 언급하며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암호화폐가 전 인류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암호화폐와 기후변화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 그래픽=안병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암호화폐는 지폐나 동전 등의 실체 없이 디지털 환경에서 거래되는 가상의 화폐예요. 암호화폐 하면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떠올려요. 비트코인은 블록체인(Block Chain)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암호화폐로, 디지털 정보량의 기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을 의미하는 코인(coin)이 합쳐진 말이에요. 2009년 정체불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들었어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어요.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기록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거래 내역이 담긴 새로운 블록(데이터)들이 순서대로 기존 블록에 ‘사슬(Chain)’처럼 연결되는 기술이에요. 참여자들이 하나씩 나눠 가지고 있는 장부(帳簿)에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를 순서대로 계속 적어나가는 식인 거예요.

은행의 기본 업무는 고객의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금융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기록하는 거죠. 이를 위해 은행은 중앙 서버를 구축해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통합 관리해요. 이 덕에 우리는 은행을 신뢰하며 거래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암호화폐 거래에서는 은행과 같은 중앙기관이 없어요.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P2P·Peer to Peer) 방식이에요. 그런데도 서로가 서로를 증명하며 신뢰성을 갖고 거래를 해요. 어떻게 서로를 증명할까요?

블록체인은 모든 참여자(거래자)의 컴퓨터에 데이터를 분산해 저장해요.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순간 거래가 아뤄졌다는 내역이 중앙 서버가 아닌 참여자들의 컴퓨터에 각각 저장돼 참여자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요. 처음 이뤄진 거래부터 가장 마지막 내역까지 저장되기 때문에 ‘새로운 블록’(새로운 거래 내용)이 만들어지면 참여자들이 중앙관리자 역할을 분담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블록들과 비교하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죠.

참여자 모두가 공유한 거래 내용을 조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 세계 곳곳에 수도 없이 많은 참여자 컴퓨터를 동시에 해킹해 고쳐야 해요. 블록이 쌓이면 쌓일수록 해킹이 더 어려워져요. 예를 들어 블록 1에 새로운 거래 내역이 담긴 블록 2가 추가됐다면, 모두의 컴퓨터에 입력된 블록 2를 떼어내고 1을 수정한 뒤 다시 붙여야 하기 때문이에요.

거래 내역을 조작해 만들어 낼 수도 없어요. 개인 컴퓨터에서 거래 내역을 만든 뒤 모두의 컴퓨터를 해킹해 이 내역을 적어 넣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요.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와 투명성, 불변성이 특징이랍니다.

◇비트코인은 어떻게 사고팔까

그럼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어떻게 사고팔까요. 우선 비트코인이 상장돼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온라인 환전소)에서 돈을 주고 사는 방법이 있어요. 또다른 방법은 컴퓨터로 암호화된 수학 연산 문제를 풀어 비트코인을 얻는 거예요.

전 세계 비트코인의 거래 내역, 즉 블록은 대략 10분 단위로 갱신되며 추가돼요. 이 블록은 ‘공개키 암호’라는 방식으로 잠겨 있는데요. 10분마다 자동 생성되는 복잡한 암호를 가장 빨리 푸는 사람에게 상금으로 이달 기준 6.25 비트코인이 지급돼요. 암호를 푸는 사람에게 자동으로 비트코인이 지급되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돼 있는 거예요. 현재 미국 시세로 1비트코인이 약 4만 달러(약 4900만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돈이에요. 이렇게 암호를 푸는 과정을 ‘채굴’이라고 하고, 비트코인을 캐는 사람들을 ‘채굴자’(광부)라고 불러요. 마치 광부가 광산에서 곡괭이질을 거듭한 끝에 금을 캐내는 것과 비슷하죠.

우리가 사용하는 실물화폐는 국가가 마음대로 찍어 낼 수 없어요. 그런 것처럼 비트코인도 총 2100만개까지만 채굴하도록 제한돼 있어요. 사토시가 처음 설계 때부터 그렇게 만들었어요.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채굴량이 떨어져요. 현재 비트코인의 전체 발행량 중 90%가 채굴됐어요.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이 점점 줄어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날이 갈수록 알고리즘에 의한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수학 연산 과정이 복잡해져요. 예상한 수준보다 암호가 빨리 풀릴 경우에도 난이도가 자동으로 올라가고요. 이를 풀기 위해 고성능 컴퓨터가 사용되고, 필요한 전력량도 올라가요. 처음에는 가정용 컴퓨터를 이용해 개인이 채굴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여럿이 컴퓨터를 공유하거나 전문 채굴회사들이 나서서 암호를 해독하고 있어요. 회사가 채굴하고 거래소를 통해 개인들에게 사고 파는 거죠.

◇채굴에 쓰이는 전력량은 얼마나 될까

암호화폐에는 ‘환경 파괴범’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녀요. 암호화폐를 채굴할 때 막대한 양의 전기에너지가 소모되고,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기후변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죠.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비트코인 전력소모 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전 세계의 연간 전력소비량은 142.60테라와트시(TWh)나 돼요.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력 소비량(약 523TWh)의 4분의 1을 넘어서는 규모로, 경기도(약 123TWh)와 비슷한 수준이에요. 스웨덴의 연간 전력 사용량도 넘어서지요. 채굴업체 한 곳당 수만 대의 컴퓨터를 24시간 가동하고, 열기를 식히기 위해 냉방시설까지 돌리다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정전 사태도 일어나요. 비트코인이 ‘전기 먹는 하마’인 셈입니다.

비트코인 채굴로 발생하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은 약 40Mt(메가톤·4000만t)이에요. 이는 관광과 도박의 도시인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독일의 최대 항구도시 함부르크의 연간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우리나라 제1의 공업도시인 울산의 연간 배출량(약 4800만t) 수준이고요.

이로 인해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가 물에 잠기는 시간표가 앞당겨지고, 수많은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네이처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 세계에는 약 2만 종류의 암호화폐가 있다고 해요. 비트코인이 모두 채굴돼도 또다른 암호화폐가 생긴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거예요. 채굴업체들은 필연적으로 환경 파괴의 대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중국은 채굴의 성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장의 약 70%가 중국에 집중돼 있어요. 고성능 장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문 하드웨어업체가 많고, 전기료가 저렴해 유지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에요. 문제는 높은 사양의 컴퓨터 등 수많은 비트코인 채굴 장비에 공급되는 중국의 값싼 전기가 대부분 석탄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거예요. 상대적으로 생산단가가 낮은 화력발전으로 전기를 만들기에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전력 소비 증가는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지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