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7월16일 조간17면 기사(사회)

쉽고 짧은 책 학생층 “인기”

감상적 소재……「즉흥 세태」반영

베스트셀러시집(詩集) 대부분 “무명(無名)”

처세술 관련서적도 많이 읽혀

쉽고 짧은 감상적인 책에 젊은 독자들이 몰리고 있다. 한때 서점가를 풍미했던 이념서적이나 고전적인 명작소설, 난해한 시(詩)대신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도 단숨에 읽어버리거나 짬나는대로 토막토막 아무곳이나 펴서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서적들이 젊은층의 인기를 끌고있다.

이전과 가장 크게 변화한 분야는 시(詩). 전통적으로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사집은 2,3년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목부터가 지극히 감상적인 무명시인들의 시집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거의 몽땅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올상반기 시(詩)부문 베스트셀러를 보면 상위10권중 무려 8권이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하지 않은 무명시인의 시집이었다.「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다」(김기만),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욱 더 마음 졸이는 것은 작은 웃음이다」(서은영), 「사—랑, 그것은 내생의 가장 소중한 행복이었다」(김해경)등 제목부터가 「한줄의 시구」같은 이 시집들의 공통적인 주제는 사랑과 이별, 고독, 방황이다.

『이런 감상적인 시집이 읽힌다는 것은 청소년들이 나약해졌다는 증거입니다. 생활이 넉넉해 지면서 삶에 대한 치열한 의식이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교보문고의 정석희(鄭石熙) 홍보과장은 학생들의 이같은 경향을 나약함으로 분석했다. 숨이 길지 못하고 재미와 평이함을 찾는 경향은 소설이나 에세이류에서도 드러난다. 전체고객의 90%이상이 학생인 종로서적이 지난주 집계한 판매결과에 따르면 비소설류 1위는 명상적인 색채가 강한 우화를 엮은 「배꼽」, 2위는 대학가의 유행어를 소개한 「너스레 별곡」, 3위는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여대생의 일기와 시를 실은 「이쁜 꽃이 된 사람아」등 젊은이들의 흥미를 끄는 쉬운 책들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관심을 부쩍 끌고있는 책으로 처세술 관련 서적을 빼놓을 수없다. 종로서적의 한 관계자는 『「유머화술」 「시간관리와 자아실현」등 처세술 관련서적이 직장인들뿐 아니라 대학생사이에도 많이 읽힌다』면서 『이같은 현상은 판매사등의 자격증 취득시험이나 입사수험서코너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재미와 실질을 노리는 젊은이들은 책을 선택하는데도 즉흥적이라는게 서점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목차와 겉장, 머리말 등을 꼼꼼히 읽고 사는 사람보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충 살펴보다가 사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출처 : 조선일보 뉴스 라이브러리]

https://newslibrary.chosun.com/view/article_view.html?id=2169419910716m11714&set_date=19910716&page_no=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