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景福宮) 제 모습 찾는다

10년 대역사(大役事)…일제(日帝)말살 기본궁제 모두 복원

내일 중창사업 기공식

1991년 6월 4일 조간 13면 기사(문화)

조선왕조의 정궁(正宮)인 경복궁의 역사적인 중창 기공식이 5일 오전 10시30분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거행된다.

조선말기 대원군의 대대적인 중건 이후 1백26년만에 이뤄지는 경복궁 중창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진행될 경복궁 제 모습 찾기 사업의 첫 삽을 뜨는 자리다.특히 한말—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무참히 파괴된 경복궁의 본래 모습을 되살림으로써 일제가 말살하려 한 민족정기와 우리의 전통 건축문화를 회복하려는 뜻깊은 자리이기도 하다.

경복궁 중창사업의 주무부서인 문화부는 5백년 경복궁사(史)의 맥을 잇는다는 취지에서 기공식의 명칭을 개기고유제(開基告由祭)(궁궐조영시 천지신명께 이를 알리기 위해 거행되던 전통제의)라고 붙이고 「국조오례의」「수원성성역의궤」등에 의거, 전통의식에 따라 경건하고 장엄한 기공식을 갖는다. 문화부가 마련한 고유제(告由祭)의 분방(分榜) (제의행사담당관배정)에 따르면 행사의 집례관(진행관)은 종묘제례 분야 인간 문화재인 이(李)은표씨가 말았으며, 집례관을 도와 행사를 진행할 집사 8명은 전주이(李)씨 대동종약원전례연구위원들이 맡았다. 제의행사의 주제관인 헌관에는 윤(尹)명렬 경복궁 사무소장이 뽑혔다.

또 전통방식에 따라 국립국악원의 사물놀이팀이 흥을 돋우는 가운데 땅의 기초를 다지는 달구다짐이벌어짐으로써 기공식 행사의 절정을 이룬다.

99년까지 총2백98억원을 들여 이뤄질 경복궁 중창 사업은 기와만도 22만장,소나무 1백10만재가 소요되며 연인원 12만5천명이 투입될 대역사(大役事). 대원군의 중건때는 이 사업을 위해 별도의 영건도감(營建都監)이 설치됐으며, 그 책임을 말은 도제조(都提調)에 영의정과 좌의정이 임명되기도 했다.

경복궁 중창 설계도는 조선시대 말 작성된 「북궐배치도」와「궁궐지(誌)」,작년부터 시작한 옛 건물터 발굴 결과 등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전체 사업중 1차로 오는 93년 12월까지는 1백59억원을 들여 왕과 왕비의 침전인 강녕전, 교태전과 부속건물 등 12동 7백15평을 중건, 정전(근정전)과 편전(사정전)침전 등으로 구성된 경복궁의 기본 궁제를 되살리게 된다.

또 자격루(표준자동시보장치의 물시계), 간의대(천체관측대), 규표(정오에 해의 길이를 측정하는 장치)등 세종 때의 과학문화재 7기를 재현하며, 일제가 멋대로 이전해온 탑, 부도(부도(浮屠))등 경복궁의 원형을 훼손한 시설물들을 제자리로 옮기게 된다.

94년부터는 빈전(빈전(殯殿)·왕과 왕비가 승하한 후 혼령을 모신곳)인태원전과 동궁(왕세자가 거처하던 곳)인 자선당과 비현각도 중건할 계획이다.

경복궁 5백년 역사상 두 번째로 이뤄지는 이번의 대규모 중창공사에는 대목장 소목장 단청장은 물론 한 장의 기와, 한 개의 못을 제조하는 데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 전통건축—공예기술을 집약하게 되며 후대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출처 : 조선일보 뉴스 라이브러리]

https://newslibrary.chosun.com/view/article_view.html?id=2165219910604m1136&set_date=19910604&page_no=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