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의 3번째 임기 여부를 결정할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표대회(당 대회) 일정이 나왔습니다. 공산당 정치국은 8월30일 회의를 열어 “오는 10월16일 당 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죠.

전·현직 최고지도부 여름휴가 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나고 난 뒤 서방 전문가와 중화권 소식통 사이에서는 시 주석 연임 여부와 차기 최고지도부(상무위원 7명) 인선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했습니다. 연임이 확실시되는 시 주석보다 차기 총리 후보와 상무위원 승진 인사에 더 큰 관심이 쏠렸죠.

◇‘연임 발표문’ 같았던 당 대회 공보문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한 정치국 회의 공보문을 보면 시 주석 연임은 결정된 듯합니다. 이번 공보문은 과거와 다른 점이 많았어요.

일반적으로 당 대회 공보문은 지난 5년간 있었던 당 지도부 활동을 요약해 정리하는 정도로 끝나는데, 이번에는 당이 나아갈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전체 인민의 공동 부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등을 계속해서 추진한다”고 돼 있어요. 낯익은 시진핑 표 정치 구호들이죠. 마치 ‘연임발표문’처럼 보였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8월30일 보도한 공산당 정치국 회의 공보문. 20차 당 대회를 10월16일 베이징에서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신화망

공보문에 단골로 들어가는 ‘개혁·개방 심화’라는 말은 빠졌어요. 시진핑 집권 3기에도 좌편향의 경제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 대회는 통상 10월에 열리는데, 최고지도부 인선을 둘러싸고 계파 간 이견이 있으면 11월로 늦춰져요. 10월16일에 개최한다는 건 교통정리가 끝났다는 뜻입니다.

◇리잔수, 한정 등 2명 퇴임

중국 공산당은 당원 숫자가 9700만명에 이르는 거대 정당인데, 그 정점에 정치국 상무위원회라는 최고지도부가 있습니다. 지금은 시진핑 국가주석(당 총서기), 리커창 총리, 리잔수 전인대 위원장, 왕양 정협 주석,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한정 상무부총리 등 7명으로 구성돼 있죠.

상무위원은 ‘칠상팔하(七上八下)’라는 나이 규정에 따라 은퇴를 결정합니다. 당 대회가 열리는 시점에 만 68세 이상이면 은퇴하고, 67세까지는 계속 재임한다는 뜻이죠. 명문화된 규정은 아니고 장쩌민 주석 이후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일종의 관행입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69세인 시 주석과 72세인 리잔수 위원장, 68세인 한정 상무부총리가 은퇴 대상입니다. 연임하는 시 주석을 제외하면 두 자리가 비게 되죠.

또 하나의 변수는 총리 교체입니다. 리커창 총리는 ‘총리는 두 번을 초과하는 임기를 재임할 수 없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더는 총리를 맡을 수가 없어요.

◇후춘화에 쏠리는 스포트라이트

후임 총리에 대해서는 현재 정치국원인 후춘화 부총리가 상무위원으로 승진해 총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요. 후 부총리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난 직후인 8월 중순부터 관영 매체의 공식 활동 보도가 부쩍 늘었죠.

덩샤오핑 시절부터 현재 최고지도자가 차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를 미리 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한 세대를 건너서 지정) 전통이 생겼죠. 후 부총리는 이 전통에 따라 후진타오 주석의 지명을 받은 ‘황태자’입니다. 티베트 등 험지에서 근무했고, 총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부총리 자리도 거쳤습니다. 7월말에는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시 주석의 농촌정책을 칭송하는 장문의 기고문을 게재했더군요. 시 주석에 충성 맹세를 한 겁니다.

후춘화 부총리가 8월19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전국취업공작영도소조 전체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CCTV 캡처

다만, 59세의 젊은 나이로 막내 상무위원이 된다는 게 부담입니다. 공산당 상층부는 인사에 있어서 경력과 선후배 서열을 중시해요. 이제 막 상무위원에 진입한 막내가 높은 서열의 총리를 맡는 게 맞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서열 4위인 왕양 정협 주석이 총리를 맡고, 후 부총리는 상무부총리로 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어요. 왕 주석도 부총리를 거쳤습니다. 어떻든 후춘화 부총리가 상무위원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는 분위기에요.

◇‘상하이 봉쇄’ 리창도 승진 후보

후 부총리는 시 주석의 반대 정파인 공청단파(공산주의청년단 출신 정치인) 소속이죠. 따라서 또 하나의 상무위원 자리는 시 주석 측근에게 갈 것으로 보입니다.

딩쉐상 중앙판공청 주임,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어요. 경력으로 보면 최대 경제 도시 상하이를 맡고 있는 리창 당서기의 승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상하이 봉쇄로 중국 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뜨렸다는 게 그의 약점입니다.

총리를 그만두는 리커창 총리의 거취도 관심거리죠. 그는 서열 2위의 전인대 위원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1998년 리펑 총리가 2번의 임기를 채우고 나서 서열 2위의 전인대 위원장이 되면서 주룽지 부총리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준 전례가 있어요.

오미크론 확진자가 급증했던 3월23일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방역감독팀과 좌담화를 갖고 있는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 시진핑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로 있을 때 비서장을 지낸 그는 3월말 시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맞춰 상하이 봉쇄를 결정했다. /CCTV 캡처

시 주석이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연임하는 만큼 상무위원 숫자를 9명으로 늘려 측근들을 더 발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에 따라 여러 버전의 상무위원 명단이 나돌고 있어요.

하지만 시 주석이 무리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목표로 한 연임을 이미 달성한 만큼 그 외의 문제는 타협할 가능성이 커 보여요. 19차 당 대회 때도 외부에서는 반부패 캠페인을 주도한 69세의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칠상팔하의 원칙을 깨고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결국 그대로 물러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