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한 상하이 봉쇄가 한 달이 다 돼갑니다. 상하이 봉쇄는 시안 등 지방 도시 봉쇄와 비교할 수 없이 큰 파장을 낳고 있어요.
상하이는 중국 경제 수도이자 금융·물류의 중심지입니다. 인구도 2600만명이나 돼요. 이 거대도시 봉쇄가 장기화하면 중국 경제는 뿌리째 흔들립니다. 봉쇄가 한 달 이상 가면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4%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요.
상하이는 중국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국제도시기도 합니다. 상하이 사람들은 확진자 몇 명만 나와도 아파트 전체를 봉쇄하는 식의 ‘제로 코로나 방역’을 생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들이에요. 많은 주민이 강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사스 영웅 “제로 코로나 유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4월19일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이 잇달아 중국 인터넷에 올라왔어요.
그중 하나는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이자 사스(SARS) 극복의 영웅인 중난산(86) 중국공정원 원사가 4월6일 중국과학원이 발행하는 월간 영자지 ‘중국과학평론’에 게재한 글입니다.
‘다가오는 코로나 19 시대의 중국 재개방 전략’이라는 제목을 단 이 글에서 중 원사는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대륙에서 확진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멀리 보면 장기간 이런 정책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면서 “경제 발전 정상화와 전 세계적인 방역 해제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중국도 다시 개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방 선진국처럼 ‘위드 코로나’ 쪽으로 가야 한다는 거죠. 미국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등을 받아들이자는 건의도 했습니다.
같은 날 상하이재경대 공공경제관리학원 원장을 맡고 있는 류샤오빙(56) 교수도 웨이신에 ‘방역 업무에 대한 건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어요. 이 글은 중난산 원사의 논문보다 더 격하게 중국 방역정책을 비난했습니다.
‘오미크론은 바이러스 잠복 기간이 3~4일로 줄었는데, 봉쇄기간은 예전하고 똑같이 기계적으로 적용한다’ ‘길게 줄을 서서 PCR 검사를 하는 과정이 또 하나의 주요한 감염 루트가 된다’ ‘한 사람만 확진돼도 건물 전체, 아파트 단지 전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방식은 공포심리만 더 한다’ ‘각 가정으로 분산해서 항원 검사를 해도 되는데, 한 곳에 모아놓고 하는 검사하는 방식만 고집한다’는 등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어요.
◇당 고위층 시그널 받았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주일 전 하이난성을 방문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계속 견지하고 경계 태세가 해이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두 전문가가 나란히 여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거예요.
여기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이 미묘합니다. 류샤오빙 교수의 글은 곧바로 삭제됐지만, 중난산 원사의 글은 중국 내에서 계속 볼 수 있어요. 홍콩 언론이 중난산 원사의 글이 삭제됐다고 했지만, 중국어로 번역된 글이 그대로 올라와 있습니다.
중난산 원사와 류샤오빙 교수는 모두 전형적인 관변 학자들이죠. 중 원사는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를 두 차례나 했습니다. 류 교수는 현직 전인대 대표에요.
이런 학자들이 공산당 고위층에서 보내는 시그널 없이 시 주석의 브랜드가 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나왔을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해외 전문가들 “제로 코로나 출구 찾는 듯”
중국 전문가들도 오미크론이 전파력은 높지만, 치사율은 낮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무조건 봉쇄하고 보는 식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막기가 쉽지 않고, 그에 따른 경제·사회적 대가가 크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죠.
문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가 서방보다 우월하다는 걸 증명하는 상징처럼 돼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계속 그렇게 선전해왔죠.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발을 빼자니 체면이 서지 않는 겁니다.
그렇다고 계속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는 건 경제에 큰 부담이죠. 일반 국민의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도 고조돼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변학자들이 등장해 ‘더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는 안 된다’고 외친 거죠. 중국을 오랫동안 지켜본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봅니다.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이는 식으로 방역 정책 전환의 계기를 찾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거죠. 중난산 원사의 글이 삭제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