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북한이 지난 24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세계 최대급(級)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은 종전 화성-15형 ICBM 에 비해 보다 무겁고 강력한 탄두로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오늘은 북한의 신형 ICBM 발사 성공과 이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응징보복 및 방어)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세계 탄도미사일 사상 가장 높은 고도 기록한 북 신형 ICBM
북한이 24일 발사에 성공한 ICBM이 ‘괴물 ICBM’ 화성-17형인지, 아니면 화성-15형(개량형)인지 논란이 있는데요, 북한은 화성-17형이라고 발표했지만 우리 군 당국에선 화성-15형을 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ICBM이 됐든 지난 24일의 북 미사일이 최대 고도 6248.5㎞까지 상승하며 거리 1090㎞를 1시간7분간 비행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입니다.
최대 고도 6248㎞는 미·러·중을 포함, 세계 탄도미사일 사상 가장 높은 고도를 기록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른 나라들은 북한처럼 고각발사할 필요가 없긴 하지만요. 지난 2017년 화성-15형은 최대 고도 4475㎞, 비행거리 950㎞로 약 53분간 비행했습니다. 이번 ICBM이 당시보다 1773㎞를 더 올라가고, 비행거리도 140㎞ 정도 늘어난 셈입니다.
화성-17형의 최대 사거리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어떤 언론은 1만3000㎞라 하고 어떤 언론은 1만5000㎞라 해서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있을 듯합니다. 둘다 맞는 얘기인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ICBM이 1t 탄두일 경우 최대 사거리 1만3000㎞로 뉴욕을 포함해 미 전역을, 1t 미만으로 탄두중량을 줄일 경우 1만5000㎞ 이상으로 미 전역을 훨씬 넘겨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화성-17형, 이동식 발사대서 즉각 발사 능력 과시
여러분들이 김정은이라면 굳이 미 본토를 훨씬 넘겨 미사일을 날리시겠습니까? 아시다시피 북 ICBM의 주목적은 미 본토 전역 타격능력으로 미국을 위협하거나 압박하는 것이니까요.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도 ICBM의 최대 사거리는 1만3000㎞ 까지만 하고 탄두중량을 늘리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의 이동식 ICBM 기습발사 능력이 향상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북한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화성-17형의 11륜(輪)형(바퀴 22개) 초대형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미사일을 수직으로 세운 뒤 곧바로 발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7년 발사한 화성-14·15형 ICBM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일으켜 세워 거치대(받침대)에 수직으로 직립시키고 이동식 발사대가 떨어져 나온 뒤 발사됐는데 이보다 발사준비 시간을 줄인 것입니다. 이는 그만큼 유사시 한미 양국군의 북 발사 원점, 즉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타격이 어려워졌음을 의미합니다.
지난 2019년11월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현 외교부장관)은 “북한의 ICBM은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그렇지 않음을 다시 확인해준 것이지요.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 분석 결과 미사일 발사시 화염을 이동식 발사대 반대쪽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화염유도 장치를 붙여 이동식 발사대의 손상을 막을 수 있도록 했고, 발사대 안정화 장치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1시간51분만에 대응사격, 육해공군 따로 노는 문제가...
북한이 ICBM을 쏜 뒤 우리 군은 육해공 미사일(정밀유도폭탄)을 쏘며 맞대응 무력시위에 나섰는데요, 지난 2017년 이후 5년만의 일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4일 북한의 화성-17형 발사(오후 2시34분) 후 1시간 51분 만인 오후 4시 25분부터 동해상에서 국산 현무-Ⅱ 지대지미사일 1발, 전술용 단거리 지대지미사일인 미국제 에이태킴스(ATACMS) 1발, 해성-Ⅱ 함대지 미사일 1발,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 2발을 발사한 뒤 “즉각적 대응·응징능력과 의지를 보여줬다”고 밝혔습니다. 합동 미사일 실사격 훈련은 북한의 도발 원점을 가상한 동해상의 표적을 향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대응 시간은 지난 2017년 9월 화성-12형 발사 때는 6분 후, 두 달 뒤 화성-15형 발사 때는 곧바로 각각 현무-Ⅱ 등을 쏘며 대응 실사격 훈련에 나섰던 것보다 상당히 늦어진 것입니다. ‘킬 체인’은 북 미사일 탐지 후 30분내 대응을 목표로 하는 데 그보다도 훨씬 늦은 것이지요.
이에 따라 일각에서 육해공 미사일방어체계의 통합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미사일 방어 전문가인 권명국 전 공군 방공포병사령관(예비역 공군소장)은 “만약 북한이 우리 대한민국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가정할 경우 1시간 51분 만에 대응하게 되면 이미 미사일이 목표지점을 타격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이 파괴되고 난 다음에 공격작전을 시행한 것과 같다”며 “현재의 대응개념에 대한 실효성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 전 방공포사령관 “육해공군 미사일 방어체계 통합 필요”
권 전 사령관은 “북한 미사일과 관련해 현재 탐지·추적·경보 전파는 공군이, 대응사격은 육군에서 각기 개별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어떠한 실시간 통합작전체계도, 연동의 접점도 없다”며 “공격과 방어가 유기적으로 연동돼 있지 않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각군 이기주의가 우선하고 있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징후 포착 또는 발사시 탐지하자마자 미사일 방어 작전체계와 공격작전체계가 동시에 작동될 수 있도록 지휘체계 일원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현재 따로 움직이고 있는 한국군과 주한미군간 미사일 방어체계도 통합한 한·미 연합 미사일방어사령부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이번 북한 신형 ICBM의 군사기술적 의미와 한국군 대응체계 문제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앞으로도 ICBM 등 북한 핵·미사일의 진화는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므로 차기 윤석열 정부와 군 수뇌부는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큰 절박감과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