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시네마 클래식’은 영화와 음악계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는 ‘이야기 사랑방’입니다. 영화·미디어·음악 담당 기자들이 돌아가면서 취재 뒷이야기와 걸작 리스트 등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3월의 영화 5편입니다. 관련 기사가 있을 경우 링크도 걸어 놓았습니다.
◇영화 ‘더 배트맨’
‘박쥐 인간’이 돌아왔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테넷’의 영국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영화 ‘더 배트맨’에서 새로운 배트맨 역을 맡았다. 이번에는 도시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고담시(市)의 구조적 부패 속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역할이다. ‘혹성탈출’ 등 예전 시리즈를 되살리는 재가동 전문으로 명성이 높은 맷 리브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암울한 누아르 영화의 탐정처럼 배트맨을 묘사한 착상은 신선하지만, 3시간에 이르는 상영 시간은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영화 ‘시라노’
‘시라노’는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베르주라크’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이 작품은 연극뿐 아니라 뮤지컬과 오페라, 영화로도 수 차례 옷을 갈아 입었다. 중세의 기사도를 낭만적으로 되살린 복고적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우리 내면의 약점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질문으로 끝난다. 과연 록산이 사랑했던 건 크리스티앙의 외모였을까, 시라노의 속마음이었을까. 사랑의 완성은 결혼일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것일까.
[“멀리서 사랑하는 게 내 운명”… 이루지 못해 더 애틋한 로맨스]
◇영화 ‘피그’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피그’에는 일종의 장르적 트릭이 숨어 있다. 초반 설정은 처절한 핏빛 복수극의 기대를 불러일으키지만 후반으로 향할수록 가슴에 묻어 두었던 상처에 대한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 모처럼 스크린을 통해서 케이지의 호연을 확인하는 즐거움도 크다. 돼지 한 마리가 배우의 연기 인생까지 구하는 경우라고 할까.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신기한 일이다.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에서 뱀파이어나 괴수가 등장하지 않는다니. 델 토로는 ‘셰이프 오브 워터’로 2018년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을 거머쥔 감독. ‘판의 미로’와 ‘헬보이’까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것이야말로 그의 영화적 특징이다. 하지만 윌리엄 린지 그레셤의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에는 비현실적 존재가 나오지 않는다. 야심만만한 유랑 극단의 독심술사(브래들리 쿠퍼)가 일확천금을 꿈꾸며 뉴욕 상류층으로 향하는 이야기. 결말에는 환상보다 끔찍한 비극이 기다린다.
◇영화 ‘리코리쉬 피자’
폴 토머스 앤더슨은 ‘부기 나이트’와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등을 연출한 감독. 신작 ‘리코리쉬 피자’에서는 죄와 욕망, 용서와 구원 같은 주제 대신에 10대 소년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췄다. 1970년대 미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열 살 연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15세 소년이 주인공이다. 감독과 즐겨 호흡을 맞췄던 배우인 고(故) 필립 시모어 호프먼(1967~2014)의 아들 쿠퍼 호프먼(18)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철부지의 사랑이지만, 어쩌면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낭만적인 작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