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국가(한국)가 위드 코로나로 감염자가 폭증하는 걸 보면서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의 역동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강한 신뢰를 표현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가 12월17일 이런 기사를 썼습니다. 가혹하다는 비판을 받는 자국의 코로나 통제 정책이 결국 맞았다고 자랑을 한 거죠.

중국은 작년 3월 이후 하루 확진자가 100명을 넘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코로나 19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일단 확진자가 발생하면 아예 그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 출입을 통제한 채 전 주민을 상대로 코로나 19 검사를 몇 번이고 실시하죠.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고 나서도 한동안 이런 검사를 계속한 뒤에야 봉쇄를 풉니다.

Newly Infected vs. Newly Recovered in China /worldometer

◇지역 봉쇄 후 확진 0명 될 때까지 반복 검사

중국 서남부 윈난성 루이리(瑞麗)는 미얀마와 접한 국경 소도시죠. 인구가 28만명인 이 도시는 지난 10월부터 확진자가 나왔는데 도시 전체를 봉쇄한 채 전 주민들을 상대로 코로나 19 검사를 계속했습니다.

11월15일까지 한 달 반 동안 검사를 받은 연인원이 370만명이라고 해요. 주민 1명당 평균 13회 검사를 한 겁니다. 이제 아장아장 걷는 2살짜리 아이가 70번이나 검사를 받은 사례도 있다는군요.

12월21일 시안 도심에 있는 산시성산부인과종합병원이 갑자기 봉쇄되자 병원을 찾은 임산부와 가족들이 병원 문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병원 측은 출산이 임박한 일부 임산부만 병상을 이용해 병원으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트위터

12월22일에는 삼성전자가 있는 서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이 봉쇄에 들어갔습니다. 12월9일부터 매일 수십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죠. 시안은 인구 1300만명의 대도시로 루이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 곳입니다. 이런 도시를 상대로도 봉쇄 정책을 실시할 정도에요.

10월31일 방문객 중 한 명이 코로나 확진자라는 이유로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3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상대로 전수 검사를 실시한 적도 있죠.

◇해외 입국자 42일 격리

외국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건 더 까다롭습니다. 한국에 있는 중국 동포가 옌볜으로 들어간다고 하면 총 42일의 격리 기간을 거친다고 해요.

공항에 내리자마자 호텔에서 21일간 격리를 하고, 집에 도착하면 또 14일간 격리를 합니다. 그 이후에도 7일간 코로나 19 검사를 계속하는 건강검진 기간을 거쳐야 격리가 풀린다고 해요.

올 11월 옌볜 지역의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 통지문.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가 고향에 가려면 42일간의 격리를 거쳐야 한다. /웨이보

중국 내에서는 이런 가혹한 통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적잖습니다. 당장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죠.

11월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를 보면 음식료업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습니다. 유명 경제학자인 위융딩은 “중국이 취하는 봉쇄 정책은 경제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했어요.

◇“통제 풀면 하루 확진자 63만명 된다”

방역 측면에서도 위드 코로나가 바람직하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인기 있는 의사인 장원훙 푸단대 부속 화산병원 감염병과 주임은 지난 8월 “코로나 19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코로나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글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썼죠.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중국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장 주임은 매국노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댓글 폭탄에 시달렸고, 전직 위생부 고위 관료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기도 했죠. 중국 질병통제센터는 11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쓰지 않으면 하루 확진자 수가 63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베이징대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올 11월 옌볜 지역의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 통지문.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가 고향에 가려면 42일간의 격리를 거쳐야 한다. /웨이보

◇코로나 19 방역도 미중 대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가장 현실적인 목적은 역시 방역이겠죠. 중국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고, 내년 말에는 시진핑 주석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20차 당 대회가 열립니다. 이런 큰 행사를 앞두고 코로나 19가 확산하는 걸 내버려둘 수 없다는 거죠.

중국식 동원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습니다. 미중 경쟁이 불붙는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를 기조로 하는 서방식 방역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제도적으로 더 낫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거죠.

하지만 방역 측면에서 이런 정책은 불씨를 키우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다른 나라 국민들은 델타, 오미크론 등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에 시달리면서 변화에 적응해 가는데, 중국만 홀로 쇄국을 고집하면 면역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언젠가 국경의 문이 열렸을 때 재난에 가까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