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시네마 클래식’은 영화와 음악계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는 ‘이야기 사랑방’입니다. 전·현직 영화 담당 기자들이 돌아가면서 취재 뒷이야기와 걸작 리스트 등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리뷰입니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픽쳐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개봉 엿새만에 298만명의 관객을 거미줄로 휘감았다. 지난 15일 개봉 당일 관객만 63만명.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상영작 가운데 개봉 당일 최고 성적이다. 현재 실시간 예매율(70%)도 압도적 1위. 연말 개봉을 저울질하던 한국 영화들이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서 상영 연기로 선회하면서 당분간 거미 인간의 독주가 예상된다.

평범한 고교생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정의의 스파이더맨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이야말로 모든 영웅물의 공통점이다. 이번 신작에서는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탄로난 데 이어서 살인 누명까지 뒤집어쓰는 이중고 속으로 주인공을 곧바로 던져 넣는다.

아이언맨·캡틴 아메리카 같은 영웅들이 집결했던 어벤져스 시리즈 이후의 영웅물은 속시원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부극이나 첩보물처럼 수퍼 히어로 장르 역시 생로병사 과정을 밟으면서 쇠락의 조짐을 보인다는 비관론도 팽배했다. 하지만 이번 신작에서는 뉴욕 마천루를 종횡무진하는 스파이더맨의 날렵한 동작처럼 빠른 속도감과 경쾌한 유머 감각으로 탈출구를 용케 찾아낸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픽쳐스

첩첩산중의 위기를 헤쳐 가는 스파이더맨의 고군분투에 초점을 맞춘 초반부는 이전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외에도 다양한 시공간이 존재한다는 ‘다차원 세계(멀티버스)’를 통해서 영화는 서서히 거대한 반전을 준비한다. 시공간의 축이 뒤틀리는 중반부는 ‘인셉션’의 환상적 장면들을 빼 닮았다. 학교 수업 시간처럼 추상적이고 난해한 개념 설명이 나오지만, 이마저 눈부신 막판 도약을 위한 구름판처럼 보인다.

21세기 들어 스파이더맨이 단독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만 이번이 8번째다. 역대 시리즈의 주인공과 악당들을 스크린에 모두 쏟아붓는 후반부는 스파이더맨의 ’총동창회’이자 ‘종합 선물 세트’다. 등장 인물들을 서너 배로 늘려서 복식 경기 같은 화려한 액션을 강조한 후반부에서는 ‘어벤져스’의 짙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서 배우들을 젊어 보이게 만드는 ‘디에이징(de-aging)’ 기술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이 시리즈의 과거와 현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팬이라면, 콧등이 시큰해질 만큼 멋진 반전이다. 전 세계에서도 이번 영화의 출연진과 숨은 사연을 미리 공개해서 흥을 깨뜨리는 ‘스포일러(spoiler)’ 유출 여부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거대한 힘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스파이더맨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이 메시지는 결말로 향할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올해 개봉한 수퍼 히어로 영화 가운데 만듦새가 가장 빼어난 수작. 과연 거미 인간은 위기의 극장가도 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