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추워지면 보양식을 먹습니다. 한국과 정반대죠. 중국 사람들이 겨울철 보양식을 먹는 이유는 겨울에 쓸 영양분을 축적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중국인 한의사는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겨울은 자연이 일시 멈춘 상태입니다. 인체도 마찬가지죠. 이럴 때 거름 즉 보양식을 줘야 몸에 녹아 들어갑니다. 여름에 먹으면 활동하면서 다 빠져나가 버립니다.”
한국 한의사들은 견해가 전혀 다르더라고요. 한 한국인 한의사는 “보양식은 여름에 먹는 게 더 낫다”고 했습니다. 완전 정반대죠. “한의학에선 사람 몸을 땅으로 봅니다. 여름이면 땅이 뜨거운 햇볕에 메마르죠. 보양식은 메마른 땅에 물 주고 거름 주는 겁니다. 보양식은 허한 여름에 쓰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땀으로 빠져나간다는 건 낭설입니다.”
◇대륙 제패한 충칭식 훠궈
보양식을 중국처럼 여름에 먹는 게 옳은지, 아니면 중국처럼 겨울에 먹는 게 맞는지는 판단을 유보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중국에서는 지금이 보양식의 계절입니다. 중국인이 가장 대중적으로 즐기는 보양식은 훠궈(火鍋)입니다. 한국 뚝배기처럼, 훠궈는 음식을 조리하는 그릇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이제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지만, 끓는 육수에 고기나 채소·해산물 등을 넣어 익혀 먹습니다. 일본 샤부샤부와 비슷하죠.
땅덩어리 넓은 중국답게 훠궈는 지역마다 모양도 재료도 이름도 다양합니다. 베이징(北京)이나 내몽골 등 북방에서는 양고기를 주로 먹어 솬양러우(涮羊肉) 또는 양러우솬궈(羊肉涮鍋)라고 합니다. 광둥에서는 해산물을 즐기기에 하이셴다볜루(海鮮打邊爐)라고 부릅니다.
가장 유명한 훠궈는 충칭(重慶) 스타일. 충칭은 중국에서 ‘훠궈의 도시(中國火鍋之都)’라고 부릅니다. 전국 10대 훠궈 전문점 대부분이 충칭에 본점을 두고 있을 정도로 훠궈를 즐기죠.
충칭이 훠궈로 유명해진 건 춥고 습한 겨울 그리고 일제(日帝) 때문입니다. 뼈에 스며드는 듯 으슬으슬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매운맛을 즐기며 땀을 내는 음식문화가 발전했습니다. 1930년대 일제 침략으로 중화민국 수도가 충칭으로 옮겨오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때 훠궈를 맛본 이들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고,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전국 각지에서 충칭 훠궈를 외식사업으로 내면서 번성하게 됐습니다.
충칭식 훠궈 식당에 들어가면 한가운데가 대개 태극(太極) 모양으로 나뉜 금속제 냄비가 테이블에 놓여 있습니다. 태극 한쪽에는 뽀얀 백탕(白湯)이, 다른 한쪽에는 뻘건 홍탕(紅湯)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양고기나 소고기, 새우·오징어·관자 등 각종 해산물과 채소를 익혀 먹습니다.
양고기가 단연 인기입니다. 중국에선 “양고기는 몸에 따뜻함을 주고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보양식”이라고 합니다. 하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고사성어도 있죠. 오죽 양고기가 좋으면 양 대가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양고기라고 속여 팔았겠어요.
국물을 우리는 재료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소 사골을 흔히 사용합니다. 사골에 당귀, 황기, 천궁, 숙지황, 백작약, 구기자, 초과, 용안육, 감초 등 한약재를 더해 6~7시간 끓이면 백탕이 됩니다. 여기에 고추와 산초, 후추, 고추기름을 추가하면 홍탕이 됩니다. 백탕에 자라, 오골계, 인삼 따위 값비싼 한약재를 추가한 보양탕을 내놓기도 하지요.
충칭 훠궈는 얼얼하게 매운 마라(麻辣)맛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마라훠궈(麻辣火鍋)라 부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훠궈라면 얼얼하게 매운 음식으로 알려진 것도 충칭식 훠궈가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마라맛의 핵심은 화자오(花椒)가 핵심. 마라맛이 바로 화자오에서 나오죠.
◇홍탕과 백탕 최적 비율은 1대5
제대로 보양하려면 우선 훠궈 국물부터 마셔야 합니다. 음식에 해박한 중국인 교수를 만난 적 있는데요, 그는 “처음 나온 국물이 가장 몸에 좋다”더라고요. “고기나 채소를 넣고 끓인 국물은 마시지 않아요. 중국에선 ‘다른 재료를 넣으면 탕 국물의 영양이 죽는다’고 합니다.”
그는 “국물에 파나 샹차이(香菜)를 넣어 마시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샹차이는 빠뜨리면 안 됩니다. 샹차이를 넣지 않은 음식은 (100점 만점에) 98점입니다. 음식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거죠.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를 돕는 효과도 있고요.”
그는 “백탕은 마시지만 홍탕은 마시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너무 맵고 얼얼해서 입이 마비됩니다.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없어요. 다음날 화장실 가기도 고통스럽고요. 홍탕에는 고기나 해산물을 넣어 익혀 먹기만 합니다.”
그가 알려준 먹는 법은 가려서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샹차이를 싫어하는 한국인이 많지요. 샹차이는 맛을 들이게 되면 계속 찾게 되는 매력이 있지만, 익숙하지 않으면 “비누 냄새가 난다”며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니 저라면 반드시 넣어 드시라고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백탕만 마신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백탕은 한국인 입에 싱거울 수 있습니다. 국내 최고 중식 전문가 중 한 분으로 꼽히는 배화여대 신계숙 교수는 “다년간의 시식과 실험 끝에 찾아낸, 우리 입에 딱 붙는 맛은 백탕과 홍탕을 5대1 비율로 섞은 국물”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백탕과 홍탕을 섞으면 얼큰하면서도 시원해요. 홍탕 표면에 뜬 고추기름은 가능한 걷어내야 기름지지 않아요.”
매운 음식 즐겨 먹는다고 홍탕을 우습게 보지 마세요. 큰 코 다칩니다. 중국에 간 한국 남성이 술 잔뜩 마신 다음날 육개장쯤으로 생각하고 홍탕을 들이켰다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있습니다.
홍탕은 가장 덜 매운 ‘미랄(微辣)’부터 중간인 ‘중랄(中辣)’, 가장 매운 ‘극랄(極辣)’까지 등급이 나뉩니다. 심하게 맵다는 글자 그대로 극랄 등급의 홍탕은 상상을 초월하게 맵습니다. 하여간 훠궈 드실 때 조심하세요. 보양 잘 해서 추위와 코로나 건강하게 이겨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