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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가에게 돈은 어떤 존재일까요. 어떤 창업가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돈 벌려고 한다’고요. 대한민국에서 흙수저로 태어나 단 시간내에 부(富)를 가져다줄 수 있는 방법은 창업뿐이라고요. 그의 ‘부자가 되려는 창업론’을 듣고 있으면 일각 타당하다는 생각에, ‘이것도 창업의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까요. 고위드 창업가 김항기 대표는 젊었을 때 자신을 ‘돈의 화신’이었다고 합니다. “일주일 7일, 하루 18시간씩 일했던 것 같아요. 돈 버는 것이 아주 좋고 즐겁고 재밌었다”고요. 증권가 톱 애널리스트에서 자산운용사대표까지 금융업계 25년을 종사하면서 알려진 그의 개인 자산만 2000억원이 넘습니다.

이미 충분한 부를 갖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48살의 김항기 대표는 작년 금융그룹 지주사였던 회사를 사업지주사로 바꾸고, 사실상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8월 어느 날 고위드 사무실에 갔습니다. 청바지에 후드티 차림의 직원들이 반쯤 누워서 회의하고 있더군요. 김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대표님, 여기 띠동갑들이랑 일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요.

“두 바퀴를 돌아요. 제가 얼마 전에 호랑이띠 직원 셋과 충주로 MT를 갔어요. 제가 74년생 한국 나이로 마흔여덟, 직원 둘이 서른여섯, 그리고 휴학하고 인턴으로 들어온 직원이 스물넷. 모두 호랑이띠입니다. 엄청나죠? 저보고 누가 ‘스타트업 할배’라고 하더군요.”

직원은 40명인데 금융업계 출신은 김대표 본인을 포함해 셋뿐. 25명이 개발자랍니다. 그래서 양복차림 여의도 증권맨이 없습니다. 그래도 본인은 “내일 망할 것처럼 꿈꾸는 스타트업이 즐겁다”고 합니다.

“돈이요? 돈을 더 버는 것이 주는 한계효용이 저에게는 거의 없어요. 이젠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금융업에 25년을 종사했는데, 제가 봤을 때는 지금 이 순간이 지난 100년 금융업 역사 중에서 정말, 절대적으로 변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시기에 내 능력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일까. 그걸 고민했어요. 그래서 고위드를 하게 됐고요.”

김 대표는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를 못 하는 이상한 금융 시대’라며 지금이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시대일까요.

고위드 창업가 김항기 대표

◇25년 일했지만, 지금은 정말 이상한 금융 시대

‘이상한 금융 시대’가 뭔가요

투자자 생활을 하면서 시장이 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금융의 사전적 정의는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흐르게 하는 행위거든요. 시장의 성장축이 변했고, 돈의 가치와 흐름이 달라졌는데, 기존 금융이 전혀 그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었죠. 지금 금융은 산업혁명 시대 방식이 지속하고 있어요. 산업혁명 금융은 오프라인에 공장을 지으면 공장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요, 이익이 나면 이익이 난다는 이유로 대출을 해줬어요.

그런데 전세계 100대 기업을 보면, 80개 기업 정도가 이런 성격을 갖고 있지 않아요. 공장을 온라인에 짓고 있거든요. 그래서 첫째, 담보 대출을 해줄 수 없어요. 둘째 이유가 더 중요해요. 기업의 가치는 그 기업이 장기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디스카운트를 해서 매겨요. 과거 기업은 역성장했어요. 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성장이 정체되죠.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면 설비나 원자재 비용도 같은 규모로 늘어나니까요. 지난 400~500년 동안 기업의 역사가 그랬어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아직도 분기 성장률이 전년 대비 20~30%가 찍히더군요.

네.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기업의 서비스와 제품에 사람이 몰려도 서버비용밖에 더 들지 않아요. 인터넷을 보니까 사람이 몰려요. 인터넷 기업들이 초기에 적자를 감수하고 사람을 확 모아두면, 이게 다 돈으로 바뀐다는 걸 이미 확인했어요. 이때부터 기업들이 일부러 적자 시기를 늘리기 시작했어요.

2000년대 중후반에는 또 데이터의 힘을 확인했죠. 데이터로 고객의 관심을 더 고도화시키면 성장률이 더 빨라지는 거예요. 기업가치가 1000조가 넘는 기업들이 전년 대비 40%씩 성장하는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요. 기업들이 이제 데이터에 투자를 하겠다고 적자를 더 보고 있어요.

지난 400~500년전 기업 성장 역사를 보면 말이 안 되죠. 그런데 이 기업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요. 중요한건 금융이 장래 이렇게 될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 거에요. 온라인에다가 건물을 짓고, 공장을 짓고 있는데 말이어요.

그래서 느꼈죠. 지금 금융은 뭔가 잘못됐다. 성장하는 쪽에 돈이 안 가고 있다는 걸요. 이 페인포인트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고위드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스타트업, 혁신 기업 투자는 벤처캐피털(VC)이 있잖아요.

전체 금융시장에서 VC같은 에쿼티(equity)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아시나요? 6% 도 안 돼요. 금융은 본질적으로 대출입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에 대출을 안 해줘요. 쿠팡을 보세요. 쿠팡이 상장까지 대출을 받은 적이 없어요. 소프트뱅크 같은 에쿼티에서 돈을 끌어다 썼죠. 유니콘인데 창업자 지분이 10%인 이유가 대출이 안 됐기 때문이에요. 왜냐. 은행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대로 하면 스타트업은 정말 부도를 코앞에 둔 회사들이거든요. 그러니 대출이 될 수 없죠. 미래 성장할 기업에 돈이 흘러가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그래픽

◇프로젝트 모시스, 홍해를 갈라보겠다는 시도

그렇다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스타트업을 위한 신용카드를 내신 이유가 뭔가요.

실제 기업의 페인포인트 사례를 알려 드릴게요. 개인의 금융 생활은 당장 어제 기준의 신용을 갖고 금융생활을 해요. 그런데 법인은 달라요. 2020년 3월 기업의 금융생활은 2018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금융생활을 해야 해요. 2020년 4~5월에 2019년 재무제표가 나오니까요. 16개월이 넘는 불확실성. 여기서 엄청난 비용이 생겨요. 스타트업의 16개월은 엄청나게 성장할수도, 회사가 휘청거릴 수도 있는 시간이에요.

이런 적도 있었어요. 한 스타트업이 기업 가치가 1조원에 가깝고 매출도 수백억원이에요. 그런데 맥북 수십대를 카드사를 통해 렌탈 하려 했어요. 그런데 거절됐어요. 왜냐, 회사가 적자니까요.

당장 스타트업이 쓸 수 있는 총알을 마련해주겠다? 그래서 2000개 넘는 스타트업이 쓰고 있는 건가요.

사실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스타트업, 혁신기업을 위한 신용평가모델을 만들기요. 구세대 기업에는 고정 비용이 있었어요. 아시잖아요? 땅 사서 공장 짓고, 설비 들이는 돈이요. 그리고 일정 매출을 넘어서면 꾸준히 이익이 발생하죠. 규모의 경제 이론이죠.

그런데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들은 달라요. 매출에서 고정비용을 빼고 남은 돈을 전부 다시 투자해요. 마케팅에 투자하고, 데이터분석에 큰 돈을 쓰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당장 이익이 안 남아요. 그래서 재무제표만 보면 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없어요.

고위드는 이걸 별도로 분리하는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었어요. 매출에서 고정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 중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재투자하는 돈을 실시간으로 구분해내는 것이죠.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이죠? 기존 은행들도 못했는데요.

별로 어렵지 않아요. 고위드 사업을 시작하기 전, 저 혼자 연구도 했어요. 이름은 ‘프로젝트 모시스(moses,모세의 영어 발음)’. 구조도를 보면 각 기업은 매출 계좌가 있고, 카드와 법인카드 데이터 포스(POS) 데이터에 나와있고요, NICE 신용평가사 같은 곳의 데이터를 스크래핑합니다. API, 서버연동으로 데이터를 가져오죠. 스타트업 법인카드 발급도 이런 데이터 수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보조 수단 중 하나기도 하고요.

그다음 평가를 합니다.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분리하고요, 매출액과 상관관계가 있는 지표만 AI가 골라내요. 그러니까 고정비용 이상의 매출 현금 흐름이 나오는 기업에게 이 현금 흐름만 갖고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모델이죠. 기업의 2년치 재무제표를 입력하고 실시간 트래킹만 가능하면 인공지능이 20분만에 판별이 가능해요.

프로젝트 이름은 왜 ‘모시스’인가요.

모세가 홍해를 갈라 없는 길을 냈던 것처럼 금융의 없던 길을 내겠다는 뜻이죠. 하하. 이름 멋있죠? 그러니까 ‘New Debt Area’, 새로운 대출 시장 개척을 목표로 두고 있거든요. 아까 말했던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혁신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시장요. 신한금융의 자산 규모만 550조원이에요. 한국 VC펀드 1년 결성 금액이 10조원이 채 안 됩니다. 기존 금융기관의 큰 돈, 대출을 스타트업으로 흘러가게 만들겠다는 프로젝트죠.

김항기 대표가 작성한 프로젝트 모시스의 데이터 수집 및 축적 모델

◇VC 투자가 내심 달갑지 않은 창업가들의 속내

신용카드 발급과 대출은 고위드가 직접 하기엔 규제의 벽이 있고, 스타트업 법인카드 데이터 수집도 문제 소지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업의 데이터는 철저하게 기업 소유입니다. 저희가 마음대로 기업의 데이터를 쓸 수는 없어요. 스타트업을 위한 법인카드는 스타트업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우선이었어요.

스타트업들에게 물어봤죠.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고요. 법인카드 발급이 안 된다고 해요. 창업자들은 카드 발급하려면 연대 보증 필요하고요. 기업이 얼마 투자받았느냐? 하나도 안 중요해요. 그냥 카드가 안 나와요. 그래서 고위드는 실시간 현금흐름 트래킹을 통해 기업들의 한도를 측정하고, 이걸 기준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어보겠다고 했죠. 고위드에는 카드 라이선스가 없으니까 신한카드, 롯데카드를 통해 발급했고요.

카드를 이렇게 주고나니까 다음 스타트업의 페인포인트가 보이더군요. 카드 한장으로 여러 명이 돌려쓰는 거예요. 그러면 나중에 비용 정산할 때 정리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시스템을 만들어서 지원했어요. 전 직원에 법인카드를 나눠주고, 나중에 사용 내역을 한번에 뽑아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고 세금정산까지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가로 법인카드 사용 내용 데이터 제공 동의를 받고요.

대출에 대한 대답은요. 스타트업을 위한 새로운 대출 시장, 이게 가능할까요.

고위드는 이제 신용평가모델을 만들었고, 데이터 스크래핑을 통해 리스크 평가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기업의 현금흐름을 보고 예측할 수도 있죠. 이걸 기반으로 대출 작업을 시작했어요. 이제 막 몇 개사가 시작할 예정이에요. 저희가 은행이 아닌데 어떻게 가능하냐면요.

현재 고위드가 자기자본이 1000억 정도 있어요.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요, 그리고 고위드가 회사채를 인수해요. 그다음에 저희는 담보작업을 한 다음에 6개월 동안 모니터링 데이터를 쌓아요. 그걸 갖고 은행에 가서 ‘보셨죠, 안전합니다’라면서 설득을 하는 것이죠. 쉽게 이야기하면 ‘스타트업을 위한 대출 중개인’이 되는 방식이죠. 회사채를 통해 우회적인 방식으로요. 현재 10개 기업이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벌써 6개월 정도 회사채 발행 이후 데이터를 쌓고 있어요. 9월 은행과 대출 계약을 체결하면 스타트업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홍보와 영업을 할 계획이고요.

그렇게 대출을 중개하면 고위드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자?

고위드 스타트업 대출 이자율은 7% 정도입니다. 스타트업은 대출을 받더라도 캐피털사에 가면 13%~18% 이자율을 내고 대출을 받으니까요.

그 다음은 일단 문화를 바꾸는 일이요.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줘도 안전하다는 인식을 금융업계에 알리고 싶어요.

또 그 다음은요? 고위드가 스타트업의 주거래은행이 되는 것이죠. 주거래은행이 다른 은행과 다른 이유는 내 통장으로 들어오는 급여와 지출 내역을 한 번에 다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오픈뱅킹부터 마이데이터 시대 주거래은행의 의미는 이제 사라졌어요. 반대로 스타트업계는 주거래은행이 없어요. 있다면 누가 될까요. 바로 고위드죠. 저희는 기업 현금흐름을 모니터링하고, 그 돈의 흐름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설계해주고, 대출도 중개해줄 테니까요.

‘투자 받으면 되지, 위험하게 대출을 왜 받아’라고 생각하는 회사가 많지 않을까요.

스타트업 창업가들이랑 속 깊은 이야기를 해보시면 에쿼티 투자, VC투자 안 받을 수 있다면 안 받겠다고 할걸요? 자기 지분이 희석되는 걸요. 대출 받아서 감내할 수 있으면 대출을 선호하죠. 그럼 지금까지 왜 VC,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투자를 받았느냐. 성장은 해야 하고, 자금은 들어와야 하는데 대출이 안 되니까요. 어느 창업팀이 경영에 개입하려는 외부인사를 들이고 싶어하겠어요. 그나마 미국에는 실리콘밸리뱅크처럼 ‘뉴 뎁스 에어리어’를 개척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한국은 그런 제도나 장치도 더더욱 없어서 더 힘들었고요.

◇내가 방탄소년단에 투자한 이유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트래커는 왜 만든 겁니까.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을 가서 보니까, 기업 가치 높은 스타트업들이 많게는 130개 정도의 사스를 쓰더군요. 그런데 인당 효율성이 한국의 3배예요. 직원이 100명이면 백오피스 직원이 2~3명이고 나머지는 전부 사스를 통해 일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은 직원이 100명이면 백오피스가 25명이래요.

아 사스가 한국에서도 점점 뜨겠구나, 그러면 사스 관리가 쉽지 않을텐데…뭘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스타트업 현장을 보니 막상 창업자도 회사가 어떤 사스를 쓰고 있는지 다 몰라요. 직원, 부서마다 쓰는 사스도 다 다르거든요. 이걸 한 번에 모아서 보고, 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해서 매달 사용료로 얼마를 내고 있고, 사스별 사용빈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죠. 그리고 알고리즘으로 분석해서 ‘이건 중복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사스는 사용 빈도가 낮다’ 등을 알려줘요.

사스 트래커로 돈은 안 벌릴 것 같은데요.

고위드의 비전은 ‘금용의 본질을 바꾸자’, 목표는 ‘스타트업의 효율적인 성장에 기여하자’니까요. 돈을 혁신 기업에 흘려보내자는 비전도 결과적으로는 스타트업의 효율적 성장에 기여하는 일이고요. 돈을 보내는 것 못지않게,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걸 돕는 일도 스타트업 성장에 기여하지 않을까요?

애널리스트부터 자산운용사 대표까지. 금융업계 거의 모든 직종을 거쳤습니다. ‘전설의 애널리스트’로 꽤나 유명했다면서요.

제 자랑이지만, 여러 미디어폴에서 1등했던 애널리스트였죠. 그런데 저는 이상한 리포트 많이 썼어요. 정석과 완전 다른 변화구 리포트요. 저는 학벌도 안 좋아요(건국대 무역학과). 그래서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뭐야, 뭐야, 왜요, 왜요?’가 버릇이 됐죠. 물어봐야 아니까요. 그렇게 기업 CEO부터 전문가들에게 들이대면서 여기저기 기업의 경쟁력과 시장의 미래를 물어보고 다녔어요. 해외 좋은 대학 나오고 똑똑한 친구들은 안 그러더군요. 그냥 자신의 논리로 지금 이 기업의 주가가 적정 주가인지를 해설해주는 리포트를 써요. 그러면 미래 주가 예측이 전혀 안 돼죠.

제가 2011년 5월에 쓴 리포트 주제가 ‘헤게모니를 장악할 미래 성장 기업을 찾는 것’이었어요. 전체 리포트의 45페이지가 ‘경쟁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요. 결론은 경쟁이 주가의 70%를 좌우한다,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질 기업에 투자해야한다는 논리를 펼치죠.

당시 기준으로 말도 안 되는 서술 방식이었어요. 그 리포트 6개월 동안 기업 대표님들 인터뷰해서 작성했어요. 그런 리포트를 사람들이 신기해했죠.

대표적으로 성공한 투자를 이야기해볼까요. 예컨대 ‘방탄소년단 펀드’ 같은 사례요.

아, 2018년 빅히트 투자를 위한 펀드를 만들었을 때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어요. ‘빅히트는 BTS 하나로 먹고사는 회사다. 저 중 한 명이라도 사고 치면 저 그룹은 끝장이다. 매출이 다각화돼야 한다’는 논리였죠.

그때 저희 투자자한테 PT에서 했던 두가지 포인트. 첫째, 글로벌 시장은 바뀌었다. 시장이 글로벌화 되기 전, 예컨대 수입품이 10만원인데 국산이 9만원이라면요. 이렇게 만원 차이로 다양한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집단이 재벌입니다. 그게 돈을 제일 많이 벌어요.

그런데 세계가 원마켓이 됐어요. 배송료가 같아요. 하나를 극단적으로 잘하는 것이 더 유리해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가 한국의 100배, 1000배인데 한국에서 매출 다각화하면 무슨 소용인가요. BTS 하나에 집중하는 구조가 글로벌 진출에 오히려 유리하다고 했죠.

둘째는 방시혁 창업가예요. BTS가 인기가 많다 보니 스케쥴 관리가 아주 힘들었대요. 그래서 방시혁 대표가 ‘전 산업을 통틀어서 스케쥴을 제일 잘 짜는 산업이 어딘가’를 알아봤대요. 알고 보니 그게 항공업계였어요.

항공업계는 비싼 운임, 기장과 승무원 스케쥴, 청소 스케쥴, 악천후와 딜레이까지 모두 계산해서 3년치 스케쥴을 짠다고요. 그래서 BTS 스케쥴 담당 매니저를 대한항공에서 데려왔어요.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죠. “마인드셋이 다른 경쟁사 창업가와 다른 사람”이라며 “그는 더 큰 판을 보고 있다”고요. 그러니 투자자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더군요.

고위드의 사스 트래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