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시네마 클래식’은 영화와 음악계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는 ‘이야기 사랑방’입니다. 전·현직 담당 기자들이 돌아가면서 취재 뒷이야기와 걸작 리스트 등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국내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이야기입니다.

유럽 최고의 음악제로 꼽히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코로나 속에서도 올해 160여 회의 공연이 열린다. 지난 8일 빈 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3번 연주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제공. Violeta Urmana Contralto Salzburger Festspiele und Theater Kinderchor Chor des Bayerischen Rundfunks Vienna Philharmonic Andris Nelsons Conductor

장대비가 쏟아진 지난 일요일(8일) 오후, 우산을 쓰고 반바지 차림으로 ‘잘츠부르크’로 향했습니다. 복합 상영관 메가박스에서는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음악회를 실시간 중계하고 있지요. 잘츠부르크 음악제를 상영하는 동네 영화관에 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실은 영화관으로 가는 길에도 궁금증은 무대가 아니라 객석으로 향했습니다. 현재 유럽의 코로나 피해는 우리보다 극심한 것이 사실입니다. 유럽 명문 콘서트홀과 오페라극장들도 오랜 기간 폐쇄됐다가 최근 들어서야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있는 상황이지요. 과연 올해 잘츠부르크 축제는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 내심 궁금증이 적지 않았습니다. 8일 오후 잘츠부르크 축제 대극장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의 연주회를 실시간 중계로 보면서 조금은 의문이 풀렸습니다.

우선 이날 공연에서 가장 놀란 건 좌석간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지요. 2100석 정도의 축제 대극장 객석에선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외신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관객들은 백신 접종이나 음성 판정, 완치 확인서를 제출해야만 입장 가능하도록 했지요. 물론 화면 속의 청중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유럽 최고의 음악제로 꼽히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Salzburger Festspiele.

이날 연주곡인 말러의 교향곡 3번은 전체 6악장에 연주 시간만 1시간 40분에 이르는 대곡입니다. 알토 독창자와 여성 합창단, 어린이 합창단까지 동원되는 후기 낭만주의 교향곡의 ‘블록버스터’이지요. 현재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미국 보스턴 심포니의 두 명문 악단을 이끌고 있는 안드리스 넬손스(42)가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지휘자의 엉거주춤한 동작과 악단의 일사불란한 연주 사이의 비대칭적 조화였습니다. 잔뜩 등을 구부린 채 흡사 어린이가 젓가락 잡듯이 지휘봉을 움켜잡은 넬손스의 동작은 지휘 테크닉이라는 점에서는 다소 독특한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 빈 필하모닉의 앙상블은 마지막 악장까지 빈틈없이 반듯하고 단아했습니다. 1악장부터 다소 느린 템포로 현악과 목관, 금관의 개별 악기들이 충분히 공명할 여유를 주는데도 흐트러지거나 뒤섞이는 법 없이 반듯한 매무새를 잃지 않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인 호연(好演)이었지요. 우리는 지휘자의 손끝에서 모든 음악이 빚어진다고 암암리에 가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어쩌면 연주란 지휘자와 악단 사이에 미리 약속된 ‘패턴 플레이’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년 여름 모차르트의 고향에서 열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유럽 최고의 클래식 음악 축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당초 지난해 100주년을 맞아서 200여 차례의 공연을 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절반 가까운 공연이 연기되는 진통을 겪었지요. 올해는 101주년으로 달력을 넘기는 대신에 지난해 연기됐던 공연들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오페라 연극 콘서트 등 올해 열리는 공연만 160여 차례나 됩니다. 헬가 라블 슈타들러 축제 대표는 개막 간담회에서 “바이러스가 100주년을 망치도록 손놓고 있지 않겠다. 개막 당일부터 지난 수 개월간의 문화적 정체 현상을 잊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지요.

이날 공연 역시 위성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중계되었지요. 기술적 문제 때문에 영상의 잦은 끊김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무대와 객석을 다각도로 포착한 장면들은 현장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주었습니다. 완벽한 생중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구촌 음악계가 실시간으로 소통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중계를 마치고 극장 문을 나서니 늦여름 햇살이 다시 환하게 맞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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