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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초 2시간 가량의 긴 인터뷰가 끝난뒤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나온 류준우 보맵 창업자에게 결국 물어봤습니다. “턱수염은 따로 의도가 있는건가요”.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 류 대표의 인상을 좌우하는건, 깔끔하게 정돈된 턱수염입니다.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잘생긴 털보 삼촌.

“배민의 김봉진 대표가 가르쳐주더라구요. 벤처캐피탈 앞에서 투자 PT를 할때, 첫 만남의 인상이 필요하다. 그 1분이 성패를 좌우한다고요. 스타트업 창업자는 모든걸 회사에 거는거니, 작아보이지만 도움이 된다면 창업자의 이미지 남기기도 해야하니까요.”

스타트업 창업자의 아이덴티티도 하나의 자산이니, 그걸 위한 투자라는 겁니다. 조언했다는 김봉진 대표도 삭발입니다. 김 대표도 본인 외모에 대해 “명색이 디자이너 출신인데, 인상이 너무 안 남아서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보맵의 류준우 창업자.

“외대 경영학과 4학년 2학기때, 서울보증보험 취업 성공했고 남대문지점 발령나, 열심히 배우면서 월급도 받고 카드빛도 갚고, 부모님 선물도 드리고 부모님 정말 엄청 좋아하셨죠”

류 대표는 “왜 창업했나”는 질문에 긴 답변의 서두를 꺼냅니다. 쫌아는기자들 1호가 다소 무례한 질문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당시 2005년, 취업의 빙하기에 서울보증보험에 취업했는데 그걸 왜 때려치우고 나왔는지.

“아직도 서울보증보험의 집단토론 기억해요.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주제인데, 그날따라 말이 술술 잘나왔어요. 아, 나 잘했다, 합격할 것 같다는 뿌듯함, 아시죠?”

류 대표는 “근데, 입사 이틀째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들었어요. 신용보증보험은 이행계약에 대한 보증, 사실 계약서 꼼꼼하게 보고 신용도 체크하는 일이예요. 커피 브레이크때 동기들과 얘기할때 다소의 이질감도요. 동기들 다들 똑똑한데 ‘나만의 경쟁력’이란게 뭐가 있을까하고요.”

“평일날 낮시간에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면서 일하는 사람들 보면 너무 부러웠어요. 서울보증보험은 현장의 대리점에서 청약걸면, 바로 대응해줘야하기 때문에 점심도 쫓겨가면서 교대로 먹고, 양치질도 3~4시쯤 돼야 할 여유가 생기는데, 그럴때 ‘스타벅스의 여유가 있는, 자기 주도의 스케쥴을 갖는 사람’이 한번쯤 돼보고 싶었어요.”

“당시 스물여덟살요. 나중엔 ‘스타벅스의 직업군’도 막상 쉽지 않은 걸 알았지만요.”

◇“컵케익했다가 망했다, 케익 모르는 사람은 대표라도, 그냥 공장장 말만 듣는 예스맨”

“직장 생활만으론 인생 역전은 할 수 없다는게 당시 직장인들의 화두였어요. 사촌동생이 미국에서 컵케이크 경험을 가지고 창업한다길래 2000만원 투자했어요. 결혼전 올인이었죠. 지인 4명과 함께요. 2010년 잘 되는 컵케이크 사업을 프랜차이즈로 확장하려는 시점에 사촌동생이 결혼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야했고, 제가 손 들고 회사나와 운영을 맡기로 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요. "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에 집을 나왔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 법합니다. 세상 물정모르는 아들이 멀쩡한 직장 때려치우고, 그것도 결혼 직전에 퇴사라니요. 어라, 반항도 아니고 집까지 나간다니요.

“반전은 아내 집안의 어른인 할아버님께서 외려 보증보험 직장인을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진주사범학교를 나온 할어버님은 교편을 잡다가, 부산에서 창업한 분이셨어요. 베이커리 사업계획을 할아버님 앞에서 발표도 했어요. 장인어른이 결혼 전, 매장도 방문했어요.”

성함을 여쭤봐도 되냐는 질문에 “임자, 문자, 섭자”랍니다. 네이버 검색해보니, “고향 장학기금 내는 태광금속 임문섭 회장”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할아버님은 돈은 안 태우셨습니다. 장인어른은 보맵이 어려웠을때 엔젤투자 수준으로 도와주셨고요.” (@쫌아는기자들은 ‘검증은 하되, 손주 사위라고 무작정 돈은 안 태운’ 임문섭 할아버님의 경영철학을 인터뷰하는게 류 대표 인터뷰보다 독자분에게 더 유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컵케이크 사업자인 재미케익은 망했답니다.

“원인 1번. 본래 사촌동생의 아이디어였고, 또 전문가였는데 나는 베이커리 몰랐고 그러다보니 공장장이 하자는대로 할 수밖에 없는 예스맨이었습니다.

2번. 처음엔 컵케이크 시장이 너무 작아, 베이커리 대기업이 진입하지 않을꺼라 봤습니다. 케익과 카니발리제이션이 벌어질테니까요. 근데 막상 주고객층인 20대 여성들에게 컵케익은 다이어트의 적이다보니, 특정 이벤트일때만 사먹는거예요. 시장이 작아도 너무 작았죠. 나중에 큰 베이커리도 진출했고요.

3번. 그때 티몬과 같은 소셜커머스가 등장했는데, 모든게 IT로 넘어가는걸 봤어요. 소셜커머스에 ‘컵케익과 커피’를 40% 싸게 팔아보니 엄청난 트래픽이 났어요.”

류 대표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인 컵케익 프랜차이즈는 확장할수록 오프라인 투자가 따라오는 구조구요. 가맹점 10곳을 모아놓고, 회사 자산 중 팔 수 있는건 팔고, 보증금과 비용을 계상해 분배하고 영업 계속을 원하는 분께는 다른 공급망 연결해주고, 그렇게 법적 잡음을 최대한 줄이면서 접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시작한게 보맵입니다. 학부때부터 공부한 보험과 새롭게 눈뜬 IT를 접목하자는거였죠.” 보맵은 보험을 혁신하자는 스타트업입니다. 돌고돌아, 서울보증보험 경력의 류 대표가 다시 보험으로 복귀한 셈입니다. 직장인이 아닌, 혁신자로요.

그런데 보험이란게 혁신이 될까요? 쫌아는기자들 1호의 회의론입니다. 다들 한두번쯤 보험에 속은 기억이 있지 않나요. 쫌아는기자들 1호는 보험 하나도 안 들고 있습니다. 심하게 말하자면 “보험은 반은 도둑”이라고 봅니다. 생각해보세요. 결국 이용자가 낸 돈에서 본인들 수수료 다 떼고, 보험료라는 것도 다시 떼고 남은 돈을 돌려주는 구조잖아요. 심지어 이런 보험을 팔면서 ‘재테크 운운’하는 보험회사도 신뢰가 안갑니다.

류 대표도 순순히 “소비자가 보험을 알 수 없는, 정보비대칭 구조가 문제예요. 보험에 대한 불신요. 그걸 해소한다는게 보맵의 도전입니다”라고 합니다.

“서울보증보험다녔다는 저도요. 결혼할 때 제가 든 보험 들여다보니, 종신과 변액유니버셜을 들고 있었는데, 이게 죽어야 받는 돈, 이런식이니, 둘 다 해지했어요. 보험 판매한 형은 결혼식도 안 왔어요. 돈도 잃고 사람도 잃고요. 이 시장이 이렇게 가면 안된다, 문제 의식이 생겼어요.”

“보험회사 다닌다하면 다들 ‘이 친구는 나한테 보험을 팔려고 친한 척 하는가’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하고요. 지금도 그렇지 않나요? 정작 보험금 청구하려면 프로세스가 너무 불편해요. 설계사는 전화 연락도 안되고,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야하는데....”

류 대표는 “한번 망하면서 ‘모르고 하면 안된다. 마케팅 알아야한다’는 교훈을 배운게 있어서, 곧바로 창업하진 않고, 모비데이즈라는 회사에 가서 1년반 정도 배웠다”고 합니다.

◇“왜 20대가 그렇게 종신보험을 많이 드는지 아시나”

보맵은 현재 250만 다운로드(누적)에 가입자 180만명입니다. 보맵은 빅데이터 보험 추천 스타트업입니다. 그럼 보맵은 보험의 무슨 혁신을 하겠다는 걸까요.

“우리가 하는일은요, 단계별로 보면, 처음에 보맵은 자기 보험을 잘 불러오고 청구를 잘해주는 서비스예요. 예컨대 보맵으로 인증하면, 본인 보험을 모두 불러오는데, 이후에 병원에 갔다왔고 삼성화재 등등에 실손보험 들었다면 영수증 찍어서 올리면 우리가 싹 다 대신 청구해주겠다는 거죠.

지금은 한단계 발전해서 아예 영수증 사진을 안 올려도, 저희가 병원이랑 연동해 그쪽에서 영수증 등 서류를 끌어와, 자동으로 청구해줘요. 고객은 보맵에서 ‘내가 어느 병원에 갔다왔다’고만 입력해주면 우리가 다음은 알아서해요. 이런 시스템을 연내 병원 1만곳 정도와 제휴하려고 추진 중입니다.

두번째 버전은 이를테면 설계사를 끼지 않는 보험인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과 같이 이용자들이 직접 가입하는 보험이 대상이예요. 이런 보험은 고객이 직접 가입하는데 그 프로세스가 기존 보험사에선 너무 복잡하니, 우리가 여러 곳 상품을 모아서 비교하고 가입도와주는 사업이요.

예컨대 ‘일상에서의 보험’이란 것도 있어요. 홀인원 보험 같은것도 있구요. 골프갈때 한 명이 나머지 3명을 한꺼번에 등록해 카톡으로 홀인원 보험 선물하는거죠. 요게 2700원짜리예요. 그날 필드에서 홀인원하면 100만원 받을 수 있는거죠.

2019년엔 귀가 안심 보험이란것도 시도했어요. 20대 젊은 세대들이 타깃으로 한건데,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와 헤어질때 800원짜리 보험을 카톡으로 선물하는거죠. 귀갓길 대중교통에서 혹시나 사고나면 보상해주는 보험요.

카톡으로 보험을 선물한다는 영감을 얻은 상품인데 사실 실패예요. 문제는 보험 사기가 좀 있었어요. 버스 안에서 화상 입었다는 식의 청구가 들어오는데 한번은 가능한데 여러 차례의 청구가... 모럴해저드 문제 탓에 지금은 안 팔아요.

컨셉트의 문제도 있었어요. 택시 타는 여친에게 보험 선물보냈는데 마치 ‘네가 다쳤으면 좋겠어’라는 느낌이 본의아니게 다소 생기는거죠.

그래도 우리의 도전은 일상에서 2000원, 3000원짜리를 편하게 선물하는 문화를 만드는겁니다.

세번째는 요즘 집중하는건데, 건강보험, 그러니까 암보험 실비보험 같은걸 마이데이터로 불러와서, 이런 보험은 줄여야돼, 이런 건 요 정도는 가져가야한다고 이야기해주는 겁니다.”

보험 비즈니스로 들어오니 그의 말도 알쏭달쏭합니다.

“기존 보험 설계사 분들은 보험 수수료라는게 수익원이기 때문에 결국 고객이 비싼 보험을 사야, 수당이 많이 떨어지는 구조예요. 그러다보니 다들 종신보험을 밀 수밖에 없어요, 수수료율이 높으니까. 여기다 이것저것 껴서 굉장히 무거운 보험을 팔죠.

이를테면 20대 대학생들이 종신보험을 가입하는 비율이 높게 나오는게 대부분 잘 몰라서 그런거예요. 보맵을 깔고 물어보면, 저희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넌 굳이 지금 보험들 필요가 없는데, 정말 들어야겠다면, 너의 장례비용 500만원을 위해 그만큼만 나오는 정기보험 하나를 들면 된다고요. 사망했을때 혹시나 장례비용이 가족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라고 느끼면 하라고요. 하지만 그것도 우리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해줍니다. 사실 그러면 월보험료 1만원도 안 나와요.

암보험도요. 기존에 모든 사망 암보험을 다 집어넣을게 아니라, 이를테면 부모님이 대장암을 겪은 분이라면, 그 자식도 가족력으로 대장암에 대한 인자가 높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대장암 보험을 당신의 소득과 대비해 요만큼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로만 보험을 들어라는 식이죠.”

보맵이 2019년 도입했다가 실패했다는 귀가 안심 보험. 카톡으로 남친이 여친에게 선물한다는 컨셉트이고 TV 광고까지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행여 보험 선물받은 여친이 "뭐야, 나 사고나라고 고사하는거야"라는 느낌을 받으면 낭패라서.

“저는 명백하게 보험료가 그 사람의 월수입에서 10%를 넘어가면 명백하게 잘못된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류 대표는 “개개인의 재무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설계사 분들이 설계해서 가져온 상품을 고객들에게 사인받아서 가입하고, 정작 고객 본인은 충분히 인지도 못한채 진행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합니다.

“예컨대 회사에서 단체 보험을 들어준게 있는데, 설계사 분이 만든 보험 상품엔 중복인 경우도 있습니다. 고객을 잘 알아야 맞는 보험을 추천하죠. 기존 보험 상품을 뭘 들었는지나, 재무 상태는 물론이고요. 저희는 건강검진 데이터도 가지고 와서, 보험 분석때 씁니다. 비만이거나 술을 많이 마시고 간이 안 좋다면, 그래도 간암만큼은 보험으로 꼭 보장을 내놓는게 좋죠.”

미국 레모네이드와 같은 디지털보험회사가 되는게 목표입니다.

현재 보맵 밸류로만 놓고보면 1000억원이 조금 안되고요, 누적 투자는 220억~230억원 정도 받았습니다. 단순히 봤을때 우리나라 연간 수입 보험료만 200조원이 넘는 세계 7위 규모구요. 설계사 분들이 받는 수수료만 연간 15조원이나 되는 구조거든요. 그 15조원 중 15%만 디지털 전환, 1조5000억, 여기서 30%만 가져와도 몇천억 수익 가능한 회사다.

결국 판매 분 아니라, 보험 상품 제조가지도 할 수 있으니.

미국엔 레모네이드와 같은 디지털보험회사가 나와서 기업밸류만 4조 가까이 되고 있어요.그런 유니콘으로 성장하는게 우리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