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디코드+’는 매주 목요일 제공하는 조선일보 뉴스레터 ‘최원석의 디코드’의 ‘네이버 프리미엄’용 별도 기사입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가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아차의 중국 시장 내 존재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시장 퇴출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만회해야 하는데요. 올해 시장 점유율이 전년보다도 더 떨어지고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4월 중국 판매 합계가 전년 동기 대비 5.5%(8888대) 증가하긴 했지요. 판매량이 늘어났으니 위기가 일단 진정된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이유는 중국의 작년 1~4월 신차 판매가 코로나 사태로 급감했기 때문에, 전년 대비 올해 1~4월 판매가 큰 폭으로 튀어 올랐기 때문이죠. 올해 1~4월 중국 신차 판매는 작년 동기보다 무려 51.8% 증가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올해 1~4월 중국 신차 시장 전체가 전년 동기보다 51.8% 증가했는데, 현대·기아차는 5.5% 증가에 그친 것입니다. 판매 대수는 소폭 올랐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크게 떨어진거죠.

특히 기아차의 중국 내 브랜드파워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올해 1~4월 중국 판매는 27.1% 증가한 반면, 기아차는 27.3%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 신차 판매가 51.8% 증가했는데, 기아차 판매는 오히려 27.3% 줄었다는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중국에서 기아차 브랜드의 퇴출 가능성까지 생각할 수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만 놓고 보면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현대차의 4월 중국 판매는 3만554대로 전년보다 10.2% 줄었고, 특히 기아차는 1만1810대로 49.1%나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 신차시장은 전년보다 9% 증가했거든요. 시장은 증가했는데 기아차 판매는 전년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죠. 전년 판매도 그리 좋은게 아니었는데, 만회는 커녕 작년 실적에서 또 반토막이 난 것입니다.

현대·기아차 브랜드 로고

반면 일본차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약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특히 혼다의 중국 판매는 4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혼다의 올해 4월 중국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31.7% 증가한 14만9423대였습니다.

올해 1~4월 중국 판매현황을 보면, 폴크스바겐이 전년보다 38.7% 증가한 128만8900대를 팔았습니다. 도요타가 전년보다 53.2% 증가한 63만3800대, 혼다가 60.9% 증가한 53만9654대, 닛산이 45.9% 증가한 48만649대, 마쓰다가 21.9% 증가한 6만5143대, 미쓰비시가 8.3% 증가한 2만3830대였습니다.

한편 중국 토종업체들의 경우 지리자동차가 전년보다 39.3% 증가한 43만3907대, 창청자동차가 86.3% 증가한 43만582대, BYD가 60.5% 증가한 14만9379대였습니다.

폴크스바겐은 전체 시장 증가율(51.8%)을 하회했고,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3사는 전체 시장 증가율을 소폭 상회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토종업체들도 전체 시장 증가율 전후로 포진해 있습니다.

반대로 현대·기아차의 1~4월 판매는 5.5% 증가한 17만386대였는데요. 중국에서 팔리는 일본차 가운데 규모·증가율 모두 최하위인 미쓰비시의 같은 기간 판매 증가율(8.3%)보다도 떨어지는 참담한 수치입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점유율은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불매운동 등을 겪으면서 계속 내리막길이었는데요. 2016년 179만대에서 2017년 115만대, 2018년 116만대, 2019년 93만대로 떨어졌고, 작년에는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68만대 밖에 팔지 못했습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작년 중국 판매 실적은 61.9% 급감했습니다.

판매 급감 상황을 만회하려면, 우선 시장 점유율이 더 이상 밀리면 안되겠죠. 하지만 올해 1~4월 판매를 보면, 작년보다도 점유율이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1~4월 중국 신차 시장에서 현대차 점유율은 1.4%, 기아차는 0.5%에 불과합니다. 특히 기아차의 중국시장 내 입지가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의 판매차종을 전기차·고급차 중심으로 재편해 판매의 질과 브랜드력을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문제는 전기차나 고급차 역시 중국 소비자들에게 현대·기아차 브랜드가 얼마나 신뢰를 주고 매력을 주는가에 따라 판매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지금의 현대·기아차 브랜드가 중국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어야만, 그 다음 단계의 전략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올해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작년보다도 떨어진다면, 특히 기아차 브랜드부터 중국에서 정말 퇴출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중국은 작년에 2500만대의 신차가 팔렸고, 올해는 3000만대 수준으로 예상되는 세계최대 자동차 시장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철수한다면, 글로벌 자동차회사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내 점유율을 만회해 재도약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