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동네 철공소에서 시작해 업계 글로벌 원톱이 된 회사, 올해로 창업 100주년을 맞았는데 바로 지금이 역대 최고 실적인 회사가 있습니다. 자전거부품을 만드는 시마노(SHIMANO)입니다. 1921년 사카이(堺)에서 창업해 지금은 전세계 레저용 자전거 부품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시마노는 자전거 완제품 대신 고부가가치 핵심부품으로 승부했습니다. 완제품 업체들이 아무리 출혈경쟁하더라도, 자전거의 필수 부품은 어차피 시마노 것을 쓰게 만든 것이지요. 덕분에 시마노는 제조업임에도 영업이익률 20%대, 무차입의 초우량 기업이 됐습니다.

인텔이 컴퓨터에 CPU만 제공하면서도 고수익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 해서 ‘자전거계의 인텔’이라고도 불렸지만, 이제는 인텔보다 더 잘나갑니다. CPU 업계에서 인텔은 강력한 도전자들을 맞아 위치가 흔들리고 있는 반면, 자전거부품 업계에서 시마노의 지위는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도 잘해왔던 시마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비대면(非對面) 경제에 힘입어 매출·이익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7일 시마노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매출은 1264억엔(약 1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4%, 영업이익은 326억엔(약 34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7%나 상승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특수가 있었다 해도, 전년대비 영업이익 상승률이 두자리도 아닌 세자릿수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영업이익률은 26%에 달했습니다. 이런 제조업에서는 영업이익률 10%만 넘겨도 아주 잘한 것으로 평가 받는데 말입니다.

시마노 로고.

◇1분기 영업이익 157% 상승... 공장 풀가동해도 수요 못대 ‘비명’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전거가 사람들 간 접촉을 피하는 이동 수단으로 떠오르며 자전거 부품 업체 매출이 급등했다. 감염 위험이 낮은 레저인 낚시의 도구 부문도 호조였다”고 썼습니다. 시마노는 낚시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이기도 한데요. 매출 비중은 자전거부품·낚시도구가 각각 8대 2. 지난 1분기 자전거부품 매출은 전년보다 76%, 낚시도구는 26% 증가했습니다.

시마노는 또 이날 발표에서 “올해 매출을 전년보다 20% 증가한 4555억엔(약 4조7000억원)으로 전망된다”고 했습니다. 실현되면 역대 최고 매출·이익입니다. 시마노는 “고객사 요청에 맞추기 위해 전 공장이 풀가동 중이며, 하반기엔 신제품 투입이 예정돼 있어 이익 증가도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주가도 작년 중반에 1972년 상장 이래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고공행진 중입니다. 현재 시가총액은 2조3000억엔(약 24조원)으로, 일본제철이나 도시바 시총보다도 높고요. 한국이라면 LG전자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시마노는 올해로 창업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장수기업이 많다는 일본에서도 100년 기업은 많지 않고요. 생존해 있다 해도 명맥만 유지하는게 대부분입니다. 시마노는 100주년인 올해에 사상 최고 실적을 낼 전망이니, 지난 100년 동안에 ‘오늘’이 절정인 셈입니다. 노포(老鋪)기업으로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겁니다. 한국도 코로나 이후 자전거의 공급이 수요를 못대고 있지만, 완성차는 대만·중국이, 고부가가치 부품은 일본이 이익을 독식하고 있습니다. 완성품 대신 부품으로 자전거 시장의 최강자가 된 시마노의 스토리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이 업체의 성공 비결을 5가지로 분석했습니다.

고급 로드바이크에 들어가는 시마노의 구동용 부품. /시마노

◇1. 미래 시장 예측하고 고부가가치로 승부한게 주효

1990년 전까지 일본은 세계최대 자전거 수출국이었지만, 이후 일본 메이커들이 줄줄이 쓰러졌습니다. 저가는 중국, 중·고가는 대만과의 가격·브랜드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현재 자이언트·메리다 등 대만 업체가 자체 브랜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합쳐 세계 고급 자전거의 절반을 만듭니다. 반면 시마노는 출혈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고품질·고부가가치 부품에만 집중해 다른 일본 자전거 업체의 비극을 피했습니다.

시마노는 전세계 레저용 자전거 부품 시장에서 원톱입니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시마노는 관련 시장의 80%를 차지합니다. 변속기 점유율도 70%로, 경쟁 메이커인 이탈리아 캄파뇰로, 미국 슬램을 크게 앞섭니다.

시마노 성공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래의 자전거 시장을 가장 먼저 예측해 고부가가치 부품에 전력을 쏟았습니다. 산악자전거(MTB) 전용부품을 먼저 개발했고, 브레이크·변속기 등 핵심부품을 일체화한 ‘컴포넌트’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시마노 컴퍼넌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전거가 팔리지 않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시마노 부품을 선호하게 됐습니다. 속도를 추구하는 로드 바이크에서는 관련 레이스의 최고봉 ‘뚜르드프랑스’에서 시마노 부품을 쓰는 팀이 급증하면서 고급 로드바이크 부품 시장의 80%를 독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 일본 내에선 한계... 일찍 해외로 나간게 성장 이끌어

일본의 자전거 회사가 성장하지 못한 것은 세계에서 승부할 고부가가치 제품에 도전하지 않고, 매년 수백만대씩 팔리는 자국내 생활용 시장에 안주했기 때문입니다. 수출 지향이 강한 대만 업체들은 유럽·미국에서 팔리는 첨단·고급 자전거를 만들려고 계속 노력했고 그 결과가 쌓이면서 승부가 갈렸습니다.

반면 시마노는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1965년 미국, 1972년 유럽에 판매회사를 세웠습니다. 다른 일본 업체들이 자국 시장에서 싸우고 있을 때, 시마노는 해외 선진기술과 시장정보를 어떤 경쟁업체보다 정확히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발빠르게 내놓으며 점유율을 늘려 나갔습니다. 그렇게 시마노는 전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오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3. 냉간 단조 기술력으로 초격차 전략

1920년대 시마노가 처음 만든 제품은 ‘프리휠’ 즉 자전거 뒷바퀴에 다는 기어였습니다. 이후 내장 3단 변속기를 내놓아 히트했지요. 레저·스포츠용 자전거 부품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보급형 자전거용 부품으로 기술력을 다져 놓은게 이후의 압도적 점유율로 이어졌습니다.

시마노의 강점은 높은 품질과 내구성,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이것을 실현시킨 열쇠가 1960년대부터 갈고닦은 정밀 냉간단조 기술이었습니다. 1965년 미국에 진출하면서 처음 습득했고 1980년대 미국에 MTB 바람이 불 때 냉간단조로 재빨리 부품을 양산해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다른 업체들은 이런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그 격차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냉간 단조는 상온인 채로 금속에 압력을 가하는 가공법입니다. 절삭 공정이 최소한으로 끝나 원재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열을 가하는 것보다 정밀한 가공이 가능해 제조과정에서 버리는 부품도 적습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경쟁사·신규업체가 같은 제품을 만들려 해도 가공의 정확도를 재현하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시마노는 고성능 부품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팔 수 있었고, 이것이 경쟁사를 따돌리고 압도적 점유율과 고수익을 유지해온 비결이 됐습니다.

시마노의 100주년 기념 홈페이지 화면. 1921년 창업한 시마노는 올해 사상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홈페이지 캡처

◇4. 핵심기술은 반드시 회사 안에 둔다

시마노는 핵심기술을 외주화하지 않는 기업입니다. 뭐든지 사내에서 만들려고 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요. 그래서 컨설팅업계에서는 그런 방식은 효율이 떨어지지 때문에 경영에서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마노는 기술 개발은 물론 디자인까지 철저하게 자체적으로 해결해 왔습니다. 기술과 디자인, 이 2가지를 깊이 파는 것이 시마노 상품 경쟁력의 근본이라는 것이죠. 또 어떤 경우는 외부에서 기술을 도입하려고 해도, 상대방에게 거부당해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비싸게 사오는 수 밖에 없는데요. 시마노는 이런 경우에도 기술을 사오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자체 기술개발로 돌파하는 과정을 반복해 왔기 때문에, 내부에 관련 기술들이 축적되고, 또 그 기술들이 또 새로운 기술을 낳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기술, 특히 디자인의 경우는 사장까지 직접 체크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자전거 부품은 자동차의 부품과 달리 밖에서 잘 보이기 때문입니다. 멋진 외관과 내구성을 갖추면서 무게도 덜 나가는 제품을 만드는게 쉽지 않은데요. 시마노는 이 3가지 면에서 경쟁자를 이길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겠지요. 최고 경영진이 디자인까지 일일이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최고 경영진이 그만큼 디자인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5. 창업가 가문의 장기·책임 경영

시마노의 경우, 지난 100년간 줄곧 창업가 직계가 사장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창업가 가문이 경영을 지속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나오는건 아니지만, 시마노가 투자 대비 결과가 늦게 나오는 각종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요. 특히 시마노는 경영이 매우 안정적인데다, 지난 100년 동안에 사장이 단 5명 뿐이었을뿐만큼 장기적 관점의 경영을 해 온 회사입니다.

시마노는 사카이의 철공소 직원이었던 시마노 쇼자부로(島野庄三郎)가 1921년 창업한 시마노철공소가 시작입니다. 사카이는 16세기 때부터 대장장이의 마을이었고 칼과 총포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메이지 시대 들어서 자전거 부품으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일본 자전거산업의 최대 중심지가 됐습니다.

창업자 쇼자부로는 1958년까지 37년간 시마노의 사장이었습니다. 2대 사장은 쇼자부로의 장남 쇼조(尚三)였는데, 1958년부터 1992년까지 34년간 회사를 책임졌습니다. 3대 사장(1992~1995)은 쇼자부로의 차남인 게이조(敬三), 4대 사장(1995~2001)은 3남인 요시조(喜三)가 맡아 회사를 계속 키워 나갔습니다.

21세기 들어서는 창업자의 손자들이 사장을 맡는 시대가 됐습니다. 쇼조의 장남인 요조(容三)가 5대 사장으로 2001년부터 올해 초까지 재임했고요. 올해부터는 게이조의 장남인 다이조(泰三)가 시마노의 미래를 이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