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뉴시스]최진석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2021.05.17. myjs@newsis.com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연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공개를 겨냥해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유출자 색출’을 지시한 데 이어, 야당과 언론 등의 ‘내로남불’ 지적에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공소장 공개가 이성윤 지검장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과연 선을 넘은 것인지, 공소장의 법적 의미와 관련 규정을 따져 보겠습니다. 공소장은 검찰이 수사를 거친 범죄사실을 법원 판단을 받기 위해 공개법정에 넘긴 결과물입니다. 법정은 수사과정과 달리 ‘공개’의 영역입니다. 헌법 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재판공개의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재판공개 원칙은 피고인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혁명 이전의 유럽에서는 재판관이 소(訴) 의 제기가 없더라도 직권으로 비밀리에 유무죄를 가리는 규문주의(糾問主義)가 적용됐습니다. 소위 ‘원님재판'이지요. 유죄를 주장하는 사람이 직접 심판까지 하다 보니 “기소자가 재판관일 때는 변호인으로서는 신(神)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는 속담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1808년 프랑스에 검찰제도가 들어오면서 ‘기소 없으면 재판 없다’는 원칙과 함께 재판 공개 원칙이 자리잡았습니다. 공개 법정에서 검찰과 피고인(변호인)이 대등한 당사자로 법원 심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재판공개 원칙은 국민의 알 권리와도 관련된 부분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는 헌법상의 기본권입니다. 명예훼손 등을 막기 위해 법률로 제한을 가할 수는 있지만 그 제한에도 시간적 한계가 있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형법의 피의사실 공표죄를 통해 기소 전의 공표행위만 처벌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합니다. 형법에 ‘피의사실 공표죄’는 있지만 ‘피소사실 공표죄’는 없습니다. 기소 후에는 공론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입법자의 판단에 기인한 것입니다.

‘공소장 공개금지 규정’으로 알려진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17조는 ‘공소장은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교부하게 하면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기소된 내용은 공개가 원칙이어서 따로 제한하는 법률이 없습니다. 규정위반 여부에도 논란이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규정은 법률이 아닌 법무부 장관이 내부 사무처리를 위해 만든 ‘훈령’으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징계가 가능한지도 논란이 있습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과거의 특별권력관계 이론에서는 훈령이 내부 구성원한테는 구속력이 있다고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반론도 있다”고 합니다. 공무원은 당연히 국가의 명령에 복종해 기본권 제한을 감수해야 한다는 과거의 이론에 따르면 훈령 위반으로 징계할 수 있지만, 공무원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알 권리’를 갖는다고 보면, 법률에 근거도 없는 훈령 위반을 문제삼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는 것은 법무부장관이 아닌 법원의 몫입니다. 이제 ‘법원의 시간’이 돌아온 만큼 법무부장관이 선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