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노동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현장에서는 오히려 고용 단절을 부추기는 현실을 지적했다. 민주노총 앞에서 이념을 넘어선 실용적인 노동 정책의 전환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부 정책이 아궁이에 불은 떼는 것 같은데 아직 바닥의 온기를 느낄 수 없다”고 했다.

◇“2년 규제가 실업 강제”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간제법의 부작용을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년 노동 계약 2년이 지나면 정규직 해야 된다는 법 조항이 형식으로 보면 아주 그럴듯하고 좋은데, 현실로는 고용하는 측이 절대로 2년 넘게 계약을 안 한다”며 “아예 1년 11개월 딱 잘라 가지고 절대로 2년 넘게 계약을 안 하니, 오히려 실업을 강제하는 측면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보호하자고 하는 게 사실은 보호는 그냥 ‘방치 강제법’이 돼버렸다”고 했다.

◇“비정규직이라고 덜 받는 건 이상”

노동 시장의 양극화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능력주의’에 기반한 차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노동을 했는데 누군가를 선발해 더 많은 혜택을 주고, 그 선발되지 못한 쪽은 훨씬 불이익을 주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며 “선발돼 좋은 자리를 차지했으면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상당히 큰 왜곡”이라고 했다. 또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똑같은 일하고 덜 받는 것은 선진국 모델과 완전히 반대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상공인 단결권은 허용해야… 현행법 처벌은 불합리”

이 대통령은 “요새 소상공인들도 좀 집단적 교섭을 허용하고, 단체 행동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단결권은 허용해야 한다”며 “사안별로 납품 업체끼리 또는 체인점끼리, 아니면 지점끼리 집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줘야 한다”고 했다. 특히 “지금 현재는 공정거래법에 의해서 (집단행위가) 다 처벌되고 금지되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본질적으로 약자라 노동 3권을 보장받듯, 소상공인들에게도 단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그간 개별적으로 대응해 온 소상공인들에게 노동조합에 준하는 단결권과 교섭권을 부여하겠다는 뜻이어서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가맹점주 협의회 등이 본사를 상대로 단체 협상을 요구하더라도 본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으나, 대통령의 구상대로 단결권과 교섭권이 법제화될 경우 소상공인들의 협상력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단체 행동(파업 등)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노조의 사업체 인수, 정부가 적극 지원”

공공 서비스 위탁 사업에 대해서는 “가급적이면 사회적 기업이나 노동조합에 맡기도록 유도해 가다가, 그게 잘되면 나중에는 법정화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폐업 위기에 처한 기업을 노동조합이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사업 인수도 노동계에서 좀 논의를 해 주면 어떨까 싶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했다.

◇“피지컬 AI 도입은 불가피… 노동계가 대안 연구해달라”

이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피지컬 AI 도입에 대해 재정을 투입하며 전 세계에서 선도적으로 앞서가자는 정책을 가지고 속도를 내고 있다”며 “노동 현장에서 보면 노동을 다 대체하는 것을 정부가 밀어붙이는 ‘반노동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입장에서는 이것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기술 혁신을 거부하기보다는 그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것을 ‘안 돼’라고 하는 것은 대책이 아니다. 그건 피할 수 없다”며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할지에 대한 연구를 노동계에서 직접 해달라”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현장에 있는 분들이 대안이나 부가적인 대책을 더 잘 알 수 있다”며 노동계 내의 논의를 독려했다.

◇“나를 못 믿어 대화 안 오나”

이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서 탈퇴한 지 오래됐는데, 과거에 이용만 당하고 들러리만 섰던 화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최소한 우리 정부 안에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못 믿어서 그런가”라고 했다. 이어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기 위한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안해 주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발언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 정부의 정책이 아궁이에 불은 때는 것 같은데 아직 바닥의 온기를 느낄 수는 없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공공 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원청 교섭 및 처우 개선 ▲‘노동 영향 평가’ 전면 도입(정책 결정 시 노동 환경 영향 검토) ▲초기업 교섭 구조 마련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