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영향으로 국내 기름값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당정이 '주유소 사후정산제'를 폐지하기로 한 6일 오전 서울 시내 주유소 유가정보판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2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뉴스1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이를 대체할 원유 공급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홍해 지역에 국적선 5척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6일 ‘중동 상황 경제 대응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알제리 등에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특위 간사인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이날 회의 후 “우리 국적 선사가 대체 루트에 투입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홍해 지역 사우디 얀부항에 국적선 5척을 투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사우디 서부의 얀부항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된 페르시아만이 아니라 홍해에 면해 있다. 전날 일본 언론은 자국 정부가 사우디 얀부항을 출발해 홍해를 통과하는 경로 등 대체 경로를 통해 원유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래픽=백형선

홍해 항로를 이용하면 홍해 남동부 예멘을 장악한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란도 후티 반군을 통해 홍해에서 아덴만으로 이어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제할 뜻을 밝힌 적 있다. 이런 정세를 고려해 정부는 지난달 1일 이 항로에 운항 자제 권고를 내렸지만, 원유 수급이 시급해지자 해제를 검토하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홍해를 통한 석유 수입과 관련, “위험을 조금씩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회 수입할 수 있는 루트가 많지도 않다”며 “100% 안전을 위해서 조금의 위험이 있으면 다 금지하면 국내 원유 공급 문제는 어떻게 하겠나”라고 했다.

이날 당정 협의 후 안도걸 의원은 원유의 단기 수급에 대해 “정부가 가진 비축유를 먼저 민간 정유사에 공급하고 해외에서 확보한 물량이 국내에 도착하면 스와프(교환)가 일어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정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 제품을 우선 공급하고, 통상 1개월 정도의 기간 후에 국제 기준 가격 등에 따라 정산하는 ‘사후정산제’ 폐지에도 원칙적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유업계와 주유소 등에 관행처럼 퍼진 방식이지만, 주유소가 최종 가격을 모른 채 제품을 구입해야 해서 소비자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