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계엄 요건을 강화하고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명시한 개헌안이 3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원내 6개 정당 주도로 발의됐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여야 6개 정당 소속 의원들과 우원식 국회의장 등 총 187명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개헌 발의안을 공동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107명 전원이 개헌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 의장은 이날 개헌안 제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39년간 밀려 있던 개헌의 문을 열고 미래로 향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 위해, 개헌의 의미를 다시 한번 잘 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노력했는데 (국민의힘에서) 한 분도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295명 중 19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개헌안 발의자가 187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 가운데 10명 이상이 법안에 찬성해야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개헌안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 사실상 입법부 승인을 거치도록 한 것이 골자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상황에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데, 선포 후 국회에 지체 없이 통고하기만 하면 된다.
개헌안은 이와 달리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경우 지체 없이 국회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했으며, 선포 후 48시간 이내에 국회 승인을 얻지 못하거나 승인이 부결될 경우 계엄은 즉시 무효가 되는 것으로 규정했다. 특히 기존 헌법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계엄 해제권’으로 명칭을 바꾸고 강화해 국회가 해제를 의결하는 즉시 계엄 효력을 상실하도록 규정했다. 계엄권 남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발의 의원들은 제안 이유에서 “12ㆍ3 비상계엄은 용감한 국민의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극복되었으나, 이것이 근원적 대비책이 될 수는 없다”며 “위헌·위법 계엄은 꿈조차 꾸지 못하도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해제권으로 강화하고, 승인권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으로 민주주의의 제도적 방벽을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개헌안은 또 헌법 전문(前文)에 부마민주항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명시했다. 현행 헌법 전문 가운데 ‘불의에 저항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대목을 ‘불의에 저항한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및 5·18민주화운동의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변경한 것이다.
개헌안은 지역균형발전 의무도 명시했다. 현행 헌법은 지역균형발전을 지향점으로 언급하면서도 국가 의무는 ‘지역경제 육성’으로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헌법 제명은 한자 표기 ‘大韓民國憲法’에서 한글 ‘대한민국헌법’으로 바뀌었다. 올해가 한글날의 전신인 ‘가갸날’ 제정 100주년이자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인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개헌안은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하는 것으로 했다. 우 의장 등은 개헌안을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에 맞춰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