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 “부산만 특별법을 만들면 대전은 어떻게 할 거며, 광주나 다른 데는 어떻게 할 건가”라며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었다고 밝혔다. 야당은 “호남은 통합한다고 돈에 특례에 다 퍼주겠다면서 부산은 막느냐”고 반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도중 “의원 입법들이 사실 포퓰리즘적으로 되는 경우들이 가끔씩 있다”면서 “각 부처가 자기 부처 소관뿐만 아니라 재정 문제는 다른 법체계와의 정합성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줘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부산 특별법인가 만든다고 그러고 있길래 제가 얘기를 좀 했다”고 했다.

부산발전특별법은 부산을 국제물류와 국제금융, 디지털 첨단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해 특구 지정 등 각종 특례를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발의했고,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은 해당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기도 했다. 앞서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지만, 국회법상 숙려 기간(5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예를 들면 어떤 재정 부담이 들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과연 정합성이 있는 건지, 부산만 그 특별법을 만들면 대전은 어떻게 할 것이며 광주는 어떡할 건지”라며 법안 처리 전 고려돼야 할 사실들을 열거했다. 부산발전특별법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지방선거 득표용으로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도대체 그런 것 없이 그냥 필요하다고 하다 보면 정부에 실제로 부담되고 나중에 집행이 매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입법) 초기 단계에 적극적으로 의견들을 좀 내서 불필요한 충돌이나 부담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자신의 SNS에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충격 그 자체”라며 즉각 반발했다. 박 시장은 “2년 전에 발의해서 정부 협의까지 끝내고 며칠 전 상임위를 통과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을 노골적으로 저지하는 발언을 보며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다”며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시켰고, 이미 통과된 전북·강원 등 다른 지역 특별법과 같은 수준의 특례를 담고 있는데 유독 부산 특별법만 발목을 잡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그는 “호남은 통합한다고 돈에 특례에 다 퍼주겠다 하면서 부산은 자기 힘으로 살기 위한 발버둥마저 뭉개버리려는 것이냐”며 “앞으로는 지역 균형 발전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노골적인 지역 차별을 서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 후보인 주진우 의원도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 글로벌 허브 특별법을 막아서며 부산이 우습냐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320만 전남·광주에 20조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AI·풍력·2차전지·조선·의료·교육 등 400개 조문의 특례를 줬다”며 “전북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내세워 골드만삭스, 블랙스톤 등 글로벌 금융 기관 지소를 집중시켰다”고 했다.

그는 “호남에서 표 많이 줬다고 호남 대통령이냐”며 “전남·광주 특별법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고 부산 특별법은 2년간 묵히다가 또 뜸 들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