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대구 지역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장동혁 대표를 면담한 뒤 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맨 앞부터 김상훈·강대식·김승수 의원./남강호 기자

국민의힘이 대구와 충북 시·도지사 공천 방식을 확정하지 못한 가운데 일각에서 ‘내정설’까지 제기되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들러리냐”며 공천을 포기한 예비후보가 나왔고, 일부 인사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구와 충북 지역 의원들은 18일 장동혁 대표를 찾아가 우려를 표시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정치 경험이 많은 중진이라면 지역 자리를 두고 다퉈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꿩도 먹고 알도 먹고 털까지 다 가져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시라”고 했다. 이 위원장의 글은 대구시장에 출마한 중진 의원들의 용퇴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대구 중진 의원 가운데는 주호영(6선)·윤재옥(4선)·추경호(3선) 의원이 대구시장에 도전하고 있는데, 이 위원장은 앞서 공관위 비공개회의 등에서 컷오프(경선 배제)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중진 컷오프, 용퇴론을 제기하는 배경에 대구시장에 출마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 위원장은 유튜버 고성국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는데, 고씨가 이진숙 전 위원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씨는 “이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에 임명된 후로 연락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충북지사 공천도 내정설이 나오면서 출마 포기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김영환 충북지사를 컷오프하고 후보를 추가 모집했는데, 여기 지원한 김수민 전 의원이 후보에 내정됐다는 주장이다. 지난 17일 밤 충북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조길형 전 충주시장이 공천 신청을 취소한 데 이어 18일에는 윤희근 전 경찰청장이 “일체의 선거운동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내정설을 주장했던 김영환 지사는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김수민 전 의원./뉴스1·조선일보DB

이른바 내정설 주장에 대해 이정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하나하나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진숙 전 위원장, 김수민 전 의원 역시 “억측과 음모론”이라며 경선을 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천 방식이 확정되지 않고 내정설까지 확산하자 당내에선 “선거를 포기한 것이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실에는 이날 내정설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박덕흠·엄태영 등 충북 의원은 오전 장 대표와 면담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선거에서 전략 공천은 무조건 패배”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상훈·강대식·김승수·이인선·김기웅 등 대구 의원들도 오후 장 대표를 찾았다. 대구시당 위원장인 이인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항간에 떠도는 낙하산식으로 보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정현 위원장은 부산시장 공천에서 박형준 현 시장을 컷오프하고 초선 주진우 의원을 단수 공천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부산 의원들이 집단반발하자 양자 경선을 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총리가 이르면 다음 주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 측은 그간 출마설을 부인해 왔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강한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컷오프에 따라 일부 인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까지 나오자 민주당에서도 “해볼 만한 선거”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김 전 총리는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해 40.33%를 얻어 낙선했지만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에서조차 힘겨운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