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9일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하루 전날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검찰청 폐지 후속 법안인 중대범죄수사청법(중수청법)·공소청법 정부안(案)을 대폭 뜯어고치겠다는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민주당 강경파를 겨냥한 언급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쯤 X(옛 트위터)에 “개혁은 외과 시술적 교정이 유용할 때가 많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옥석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 노동·경제 개혁, 언론 개혁, 법원 개혁, 그 무슨 개혁이든 그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개혁으로 인한 상처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개혁을 위해 법원이든 검찰이든 어느 한 조직을 마구잡이로 헤집고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공직 사회에 문제가 많다지만 구성원 모두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부패하고 부정의한 조직으로 비난받는 조직도 대개는 미꾸라지 몇 마리가 우물 흐리는 것처럼 대다수는 충직하게 공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이틀째 신중론을 언급한 데 대해,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은 “국회 법사위의 추미애, 김용민 등 민주당 강경파를 향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2일 당론으로 정한 정부안을 이달 내에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인데, 일부 강경파는 정부안에 반발하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검사의 보완 수사권 필요성을 강조한 뒤에도 여전히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현직 검사를 싹 다 자르고 재임용 심사를 거쳐 공소청 검사를 다시 새로 뽑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법조계가 우려한 ‘사법 3법’ 통과 뒤에도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부터 통합이 국정 기조였지만 당 일각과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됐다”며 “청와대는 이런 극단 주장이 국정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강경파 주장이 6·3 지방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사의 보완 수사권만 해도 대통령이 절충안까지 직접 제시했는데, 강경파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만 고수하니 대통령이 얼마나 답답하겠나”라고 했다.
중수청법·공소청법 정부안을 주도해온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강경파를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내 뜻과 다르다 하여 (법안을) 반개혁적으로 몰아가는 일각의 문제 제기는 국민 통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준호, 이건태 의원 등 친명계도 대통령의 X글을 공유하며 “대통령을 향한 공격과 흔들기도 이제 멈춰야 한다”고 했다.
정부안을 만든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의 박찬운 자문위원장은 이날 강경파가 주장하는 보완 수사권 폐지에 반대 의견을 밝힌 뒤 사임했다. 박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완전 폐지 주장은 우리 형사 사법 절차를 감내하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밀어넣을 위험이 크다”며 “급격한 개편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는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김용민 의원은 친여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정부안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의 검찰보다 더 강력한 공소청이 나온다”며 수정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검찰의 조작 수사·기소’라고 비난해 온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 사람들을 그대로 아무 제한 없이 공소청으로 보낸다는 게 용납 가능하냐”고도 했다. 공소청이 출범하면 현직 검사의 소속은 자동으로 검찰청에서 공소청으로 전환되는데, 김 의원은 관련 법 조항을 삭제하자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 마음에 안 드는 검사는 다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이 출연한 매불쇼는 여권 지지층이 주로 시청하는 방송인데, 이날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댓글창에는 “이재명 지지 철회”, “이재명 지지율 박살내자”, “이재명 탄핵”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김민석 총리를 비난하는 댓글도 있었다. 검찰 개편안을 두고 여권 지지층 내에서도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노종면 의원은 “정부안을 당론 채택할 때 분명히 ‘법사위에서 수정한다’는 전제를 붙였다”며 “진통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강경파 지지층을 대변하는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강경파를 향한 대통령의 경고에 대해 “이 대통령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객관 강박이 좀 있다”며 “대통령 스스로 레드팀을 자행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검찰 개혁 등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