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로 여야 양당 대표를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대통령 오찬 회동 불참을 요구하는 주장이 당내에서 나왔다. 그러자 장 대표는 기존 입장을 뒤집어 “당 지도부와 이 문제(오찬 참석 여부)에 대해 다시 논의하고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첫 발언자로 나섰을 때만 해도 이 대통령과의 오찬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제가 만난 민심을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한다”며 “당장 풀어야 할 시급한 현안도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영 논리로는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 잘못된 이념은 경제 발목을 잡을 뿐”이라며 “오늘 회동에서 국민 목소리를 충실히 전달하고 우리 당의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장 대표 발언 직후 오찬 참석을 만류하는 의견이 즉각 나왔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설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뭔가 변명을 하고 싶은지, (정부와 여당이) 갈등이 없다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청와대가 여야 대표를 불러서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한다”며 “장동혁 대표가 지난달 단식을 하면서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한 바 있는데, 여기엔 아무런 대답을 안하다가 민주당 내부 문제가 심각해지니까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기 위해 야당 대표를 부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신 최고위원은 여당의 ‘입법 폭주’, 부동산 정책, 고물가·고환율, 한미 관세 협상 등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논의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이날 회동에선 그런 얘기를 꺼낼 기회가 주어지겠냐면서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당내 사정으로 갈등을 빚자 장 대표를 불러 국정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한다는 게 신 최고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장 대표가 이런 연출극에 결코 가서 들러리를 서선 안 된다”며 “저는 (이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당권파도 장 대표의 오찬 회동 참석을 만류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장 대표를 민주당의 오점과 이 대통령의 작태를 덮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저 역시도 장 대표의 오찬 회동 불참을 간곡히 권유드린다”고 말했다. 조광한 최고위원도 “사법 질서의 파괴, 국가 붕괴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오늘의 대통령·여야 대표 회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장 대표가 심사숙고 끝에 이 문제를 결정해주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기 전에 기회를 얻어 추가 발언을 이어갔다. 장 대표는 “사실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은 전날 대구·나주 현장 방문 도중에 급작스럽게 연락받은 것”이라며 “시기상으로나 여러가지 면을 봤을 때, (정부·여당이) 부부 싸움을 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야당 대표)를 불러놓는 꼴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이 ‘대통령 만나는 기회가 있다면 요즘 너무 살기 힘들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하신 말씀이 제게 무겁게 남아 오찬 회동에서 그런 목소리를 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청와대 초청에) 응했다”고 했다.
장 대표는 그러나 “전날 오찬 회동을 제안해놓고 간밤에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법안들(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시켰다”며 “이날 (대통령 오찬에) 가면 여야 협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장 대표는 “여러 최고위원들이 제게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에 회의를 마치고 지도부와 함께 이 문제 대해서 다시 논의하고 최종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