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문화일보를 찾아 허민의 뉴스쇼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문화일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분열의 시작”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 문화일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우리 내부에서 절연의 문제를 자꾸 의제로 올리는 것은 분열의 씨앗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절연은 분열의 프레임이고, 어떻게 하든 말로 표현해서는 분열의 프레임에서 절연할 수 없다”고 했다

장 대표는 그간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 절연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도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장 대표가 내놓을 메시지에 주목했던 야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 안팎에선 “설 민심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기대 이하의 메시지”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장 대표는 이날도 “절연 문제를 말로써 풀어내는 것은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 행동으로 그리고 결과로 보여드리겠다”는 모호한 답을 내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가 이런 식으로 넘어간 게 몇 달째”라고 했다. 장 대표는 그간 “계획이 다 있다” “때가 되면 변화하겠다”며 기다려달라는 말을 반복해왔다.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시킨 이후, 장 대표 측은 강성 지지층 결집으로 외연 확장의 토대를 만들었으니 예정된 변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 측 인사들의 발언도 기대감을 키웠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전한길(본명 전유관)씨 등 보수 유튜버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서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부정선거 어젠다는 대한민국에서 이미 10년간 외치고 있지만 그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좁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연 확장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하루 만에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절연 문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으로 돌아간 것이다.

전한길씨의 말도 논란이 됐다. 전씨는 9일 밤 유튜브에서 김민수 최고위원과 식사를 했다면서 “‘(김 최고위원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윤 어게인을 전략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공개적으로는 (윤 어게인과) 관계를 부정하면서 몰래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은 전략적 모호성이 아니라 전략적 비겁함”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요구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에서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고 있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장 대표도 노선 변화 의지는 강하지만 윤 전 대통령 이슈에 장 대표까지 나서면 지지층 내 반발, 논란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 절연 문제가 나올 때마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하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당명 변경하고 ‘윤과 절연했다’고 주장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장 대표가 계속 모호한 입장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설 연휴 직후인 19일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1심 선고가 나올 경우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1심 선고를 계기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가 폭발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