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2일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한 정청래 대표의 면전에서 “이 사안의 정치적 본질은 대통령 권한이 강력한 임기 초반에 2인자, 3인자가 판을 바꾸고 프레임을 바꿔 당권과 대권을 향한 욕망, 간판이 되려는 욕망을 표출한 결과”라고 했다. 정 대표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합당 추진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당원들이 가라고 하면 가고, 멈추라고 하면 멈추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장례로 잠시 멈췄던 합당 논의를 둘러싸고 지도부 내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진리”라며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친명계 강득구 최고위원도 “합당 제안은 전적으로 정 대표 개인의 제안이었다. 논의도 없이 일방적 통보 전달만 있었다”고 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합당 논의를 중단하고 국정 뒷받침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대통령 한 사람만 전력 질주하고 당은 대통령을 외롭게 두고 있는 것이 아닌지 식은땀이 다 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당 대표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당원들께서는 당 대표에게 탓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친청계 문정복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통령께서 당 대표를 하시던 시절이 기억난다. 대표를 앞에 앉혀놓고 그 모진 말을 쏟아냈던 그 사람들 지금 어디 갔느냐”라면서 “당원이 다 심판했다”고 했다.
◇與초선 40명도 합당에 반발… 김어준·유시민은 鄭 방어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민주당 내 친명과 친청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친명계는 “정 대표가 당 밖의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끌고 들어와 당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 지지층을 포섭해 오는 8월 당대표 선거에서 연임하려는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선 정 대표, 조국 대표, 유튜버 김어준씨 간 합당 밀약설까지 제기했다. 반면 친청계는 “6·3 지방선거 압승을 위한 통합 제안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약 8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여권에서 벌써부터 차기 당권 등을 놓고 권력 다툼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소속 의원 40명은 2일 합당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당 이재강 의원은 더민초 간담회를 진행한 뒤 취재진에 “대체적인 논의 결과는 지금 합당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이후로 제대로 된 논의를 거쳐 합당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친명 성향의 당 외곽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도 이날 논평을 내고 “최근 제기되는 합당 논의는 국정 성과와 정책 메시지보다 정치적 논쟁을 앞세우며 여권 내부의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정 뒷받침의 관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당 수뇌부인 최고위원들부터 초선 의원들과 외곽 조직까지 정 대표의 합당 제안에 파상 공세를 퍼부은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합당) 과정과 절차는 결과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저는 원칙적인 민주 대통합론자”라면서도 “합당 이슈가 범여권 내에서 갈등을 일으키거나 국정 운영을 하는 데 덜 플러스가 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 명칭 변경도 반대했다. 김 총리는 “정 대표와는 대단히 가깝다”고 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도 합당 찬반을 묻는 전당원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합당이 지방선거 때 여권 분열을 막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통합이 분열이라는 말은 언어 모순이자 뜨거운 아이스크림 같은 형용 모순”이라며 “통합하면 승리하고 분열하면 패한다”고 했다. 이어 “한 표가 아쉬워 땀을 흘리며 뛰는 출마자들에게 2, 3%의 지지율은 큰 비율”이라고 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언론에 “3월 중순쯤 당원 투표를 통해 합당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합당을 둘러싼 밀약설, 지분설 등의 음모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밀약설은 최근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국무위원과 민주당 의원 간 텔레그램 대화에서 나왔다. 국무위원은 “밀약? 타격 소재”라고 썼는데, 정 대표와 조 대표 간 합당을 두고 지분 나누기 등의 약속을 한 것 같다는 취지로 읽혔다. 조 사무총장은 “내용 자체가 부적절하고 실망스럽다”며 “당무 개입 시비까지 갈 수 있지만 사적 대화로 믿고 싶다”고 했다. 텔레그램 속 국무위원으로 의심받은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제가 쓴 거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당 밖에선 김어준씨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 대표를 지원하는 모습이다. 친명계는 김씨와 유 전 이사장 모두를 친노·친문 세력의 주축으로 보고 있다. 작년 당대표 선거 때 김씨가 정 대표를 도왔다고도 본다. 김씨는 최근 합당 제안에 대해 “당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했었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김씨 유튜브에 나와 “합당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합당에 반대하는 이유를 얘기해야 한다”며 “반대하는 이유를 말할 수 없을 때 절차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당이) 합쳐서 한꺼번에 가는 게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기획에 가깝다”고도 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먼저 내부 이견부터 정리하고 오라’는 입장이다. 조국 대표는 이날 “정 대표의 합당 제안 이후 민주당 내부 논쟁이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합당을 제안한 쪽인 민주당 내부에서 먼저 결론을 내려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