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승(앞줄 왼쪽) 합참의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진 의장은 최근 ‘인적 쇄신’을 위해 지난 9월 부임한 권대원 합참차장(육군 중장)을 제외한 합참 소속 장성 약 40명을 전원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국회사진기자단

국방부가 다음 주 군단장급 장성 인사를 통해 대규모 ‘인적 쇄신’에 나선다. 군 내 중장 30여 명 보직 가운데 최소 20명 이상이 바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장 전원이 교체된 가운데 국방부는 이르면 이달 말 소장·준장 등에 대한 후속 인사도 실시할 전망이다. 정부는 계엄과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인적 쇄신’이라는 입장이지만 군 안팎에선 “대장·중장을 사실상 전부 교체하는 인사는 김영삼 정부 시절 하나회(군 내 사조직) 척결 이후 최대 규모의 숙군(肅軍)”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부는 계엄 관련 인사는 모두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에 대한 대비 태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현역 대장 7명 전원을 교체했다. 중장 인사도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과거보다 규모가 커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장 인사로 합동참모본부 요직인 작전본부장, 전방 대비 태세를 책임지는 육군 1·5군단장, 공군·해군 전력의 핵심인 공군작전사령관·해군작전사령관 등이 모두 교체된다.

중장급 30여 명 대부분을 교체하는 인사는 과거 정부에서 없던 규모다. 국방부는 장성 인사에서 12·3 계엄과 연루된 장성은 철저히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지난 8월 취임 뒤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잘못된 것은 도려내겠다”며 계엄과 관련이 있는 부대의 대령급 이상 장교 전원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 감사관실이 합참·육군본부·지상작전사령부에 근무했던 대령 이상 장교 수백 명을 조사했다고 한다. 조사는 계엄 선포 전부터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이후까지 시간대별로 어떤 지시를 받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A4 용지 5쪽 분량의 질문지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안 장관에게 계엄 가담자들이 군 진급 대상에 포함됐다며 “승진 후라도 취소하면 된다”고 했다. 안 장관은 이후 “관련자 진급은 결단코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합참도 ‘인적 쇄신’을 예고하고 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지난주 인적 쇄신 차원에서 현재 합참에 근무하고 있는 장성급 인원을 사실상 전부 교체한다는 인사 방침을 밝혔다고 복수의 군 관계자가 전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전원 교체는) 직권남용 등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합참의장이 ‘내가 전부 책임지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합참 내 장성은 30여 명인데 인사 때면 통상 30~40%가 교체됐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준장)은 “합참 장성 30명을 통째로 갈아치우는 순간, 전투 준비 태세는 최소 6개월 이상 공백과 혼란이 올 것”이라고 했다.

군 소식통은 군 인사와 관련해 “여권에서 ‘싹 물갈이 하라’는 요구가 큰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치권의 요구가 대대적 인사를 촉발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다만 군 일각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계엄과 정권 교체 등으로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공석이 많아 대규모 인사는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권발 인사’는 다른 부처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12·3 계엄 이틀 뒤인 12월 5일에 조태열 당시 외교부 장관 명의로 주미 대사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장을 미 백악관에 설명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이 전달됐다는 내용의 제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런 내용을 보고받았느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외교부 안팎에선 7일 “관련 조사가 이뤄지면 주미 대사관은 물론 외교부 북미 라인까지 전부 인사 조치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재외공관장 자리 173개 중 최대 40%가량을 특임 공관장으로 인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 총영사 등 자리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정치인이나 대선 공신으로 채우겠다는 뜻이다. 여권 내에서도 “통상·안보 격랑의 시기에 외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자리를 비전문가로 채우는 건 문제”라는 말이 나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주요국 대사와 총영사를 모두 귀임시켰다. 현재 173개 중 42개가 공석이다. 특임 공관장 자리를 크게 늘리려는 움직임에 “논공행상을 위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전체의 25%를 특임 공관장으로 채우겠다고 하면서 외교 경험이 없는 인사들이 대거 임명됐고 현지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겠다는 건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여기에 외교부는 차관, 차관보 등 주요 간부의 입부 기수를 대폭 내리는 인사를 단행했다. 경험이 많은 직업 외교관들이 재외공관으로도 나가지 못해 옷을 벗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감사원도 인적 ‘물갈이’가 진행 중이다.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1급 5명은 의원 면직 또는 명예퇴직 형식으로 전원 퇴직시켰고, 민주당이 지목한 ‘문제 감사’ 대부분을 수행한 특별조사국은 국·과장 전원을 교체했다. 감사원을 총지휘하는 최재해 감사원장은 오는 11일 임기가 만료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