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부는 29일 관세 협상의 핵심 쟁점인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 2000억달러를 직접 현금 투자하되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달러로 하는 데 합의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나머지 1500억달러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불리는 조선업 협력 투자금으로, 기업이 투자하고 현금 투자 외에 보증액 등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김 실장은 “2000억달러 투자는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달러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우리는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투자한다”며 “연간 200억달러는 우리 외환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2000억달러는 ‘상업적 합리성’을 따져 투자처를 결정하게 되며, 원리금 회수 때까지 한미 수익 배분은 5대5로 한다. 다만 투자가 이뤄진 뒤 20년 내에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 보일 경우에는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기로 했다.
미국과의 합의 문서는 이날 나오지 않았다. 김 실장은 MOU(양해각서) 문안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라며, 조만간 미국과 MOU를 체결하고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법안이 한국 국회를 통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리면 대미 자동차 관세가 현재의 25%에서 일본과 같은 15%로 인하될 예정이다. 의약품 등은 최혜국 대우를 받고, 반도체는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김 실장은 밝혔다.
한미는 이재명 대통령 방미(8월)를 앞두고 지난 7월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관세 협상의 큰 틀에 합의했지만, 현금 투자 비율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관세 인하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협상에서 미국은 연간 250억달러씩 8년간 2000억달러의 직접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한국은 연간 150억달러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에서, 연간 투자 금액을 낮추고 투자 기한을 늘리면서 총투자 규모는 미국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