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장동혁 신임 국민의힘 대표에게 영수 회담을 제안했다. 미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이 대통령은 28일 도착을 앞두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통해 그 같은 뜻을 장 대표에게 전달했다.

우 수석은 27일 국회에서 장 대표를 예방해 “대통령께서 적절한 날에 (장 대표를) 초대해 같이 (한일·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말하고 싶다는 초대의 말씀을 주셨다”고 했다. 우 수석은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를 매우 중시하고 같이 협력할 건 협력하신다는 생각”이라며 “언제든 말씀을 주시면 경청하고 또 대통령께 잘 전달해서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장 대표는 우 수석에게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받고 “정무수석이 축하 난(蘭)을 들고 오는 날에 국회에서 난(亂)이 일어났다”며 “협치는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2명(이상현 숭실대 교수·우인식 변호사) 선출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부결시킨 것을 언급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하며 국회 의사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만남에서 장 대표는 우 수석에게 참석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최은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는 단순한 만남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며 “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만났을 때 야당 이야기가 잘 수용되는 만남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우 수석이 구체적인 영수 회담 날짜나 안건을 제안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24일(미 현지 시각) 순방 중 공군 1호기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야당 대표가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반탄파가 26일 국민의힘 대표에 선출되더라도 야당과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 제안이 성사된다면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참석하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영수 회담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나를 죽이려 했던 자들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대화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기자가 ‘장동혁’ 질문하자, 자리 떠버린 정청래

이 대통령이 장 대표에게 영수 회담을 제안한 것은 대통령과 야당의 관계 단절이 결국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 여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더라도 정부·여당이 일방통행만 계속한다면 중도층 이반 등 반작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6월 주요 7국(G7) 정상회의 참석 직후 여야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가진 바 있다. 당시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그때와 다른 것은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의힘과 더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국립현충원을 찾은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동혁 신임 당대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가겠습니다”라며 자리를 떴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나 의원총회에서도 장 대표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축하 난 또한 국민의힘 당대표실이 아닌 국회 의원회관 장동혁 의원실로 보냈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는 “내가 당선됐을 때 그쪽에서 보냈기에 상응한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만약 상응 조치 안 했으면 ‘받고도 안 보냈다’고 했을 것 아닌가”라고 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국민의힘에서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세력이 지도부에 뽑혔다. 다음 사항을 묻겠다”며 “윤석열이 돌아와 다시 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이라도 하라는 것인가. 윤석열 탄핵도 잘못이고, 윤석열 헌재 파면도 잘못이고,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은 잘된 것이라고 주장하는가”라고 썼다.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답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여야 대표단을 불러 한일·한미 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는 영수 회담이 성사될 경우, 정·장 대표가 대면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극한 대치를 하더라도 그때는 악수를 나눌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장동혁 대표가 참석한다고 한다면 정청래 대표도 안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 상황은 당정 ‘엇박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 수석은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를 매우 중시한다”며 “협치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협조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