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내각 인선을 거의 마무리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외교·안보 라인 인선을 가장 먼저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정수석 또한 검찰 출신을 쓰기로 일찌감치 결정해 놨다고 한다.
30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가장 먼저 외교·안보 라인 인선을 마쳤다. 이종석 국정원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인선은 당선 다음 날 직접 발표했다. 가장 먼저 장관으로 낙점한 인사도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다. ‘자주파’ 인사로 꼽히는 이 원장, 정동영 후보자와 ‘동맹파’로 꼽히는 위 실장, 조현 후보자를 등용해 균형을 꾀한 것이란 평가다. 여권 관계자는 “이 원장과 정 후보자에 대한 지명은 너무 오래 알고 지내 서로의 생각을 속속들이 알 정도라 전혀 고민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 실장과 조 후보자 역시 대선 과정에서 대미 관계 등의 문제에서 가장 많은 조언을 받으면서 신뢰 관계가 쌓였다”고 했다.
경제·정책 라인은 ‘기업인 등용’을 최우선에 두고 고민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인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이 후보에 올랐었다. 가상 화폐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이 최종적으로 낙점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5대 그룹 총수와 경제 6단체장을 만난 자리에서 내각에 기업인 출신들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나 하정우 AI미래기획 수석도 같은 케이스다. 대부분 정치와는 멀리 지내면서 대선 캠프에도 몸담지 않았는데 이 대통령과 가까운 경제계 인사들의 추천을 통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지명된 5선의 윤호중 의원은 비법조인임에도 국회 법사위원장 등의 이력 때문에 처음에는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다. 막판에 여권 내 과격한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낙마한 오광수 전 민정수석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대선 과정에서 이미 이 대통령이 낙점해 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임명된 봉욱 민정수석도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찰 최고위 간부 출신 인사의 추천이 있었다는 얘기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됐지만 이번 정부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나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이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은 없지만 국무회의에서 답변을 명료하게 한 게 이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고 한다. 사실상 직접 면접을 보고 발탁한 셈이다. 여성이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권에서 논란도 일었지만 이 대통령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 인사 작업은 철저하게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극소수만 관여해 비밀리에 진행됐다. 한 장관 후보자는 임명 발표 1시간 전에야 대통령실로부터 지명 사실을 통보받았고, 어느 차관은 인선 발표 5분 전까지 본인의 임명 여부를 알지 못했다. 인사를 발표 직전에 통보하다 보니 일부 인사 대상자들은 대통령실의 인선 브리핑 시간에 맞춰 서울 용산 대통령실까지 오지 못했고, 대통령실이 계획했던 브리핑 시간을 미루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깜깜이 인사 속에서도 하마평이 적힌 ‘지라시’가 나돌았고, 이 내용이 정확하게 인사 발표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권 인사들은 “발표 전 평판 조회로 여론을 떠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