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강원도 원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주제로 열린 스물두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정부가 고령층 주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부터 금지됐던 민간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을 9년 만에 부활시킨다. 고령 인구 전용 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제도를 개선해 실버타운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현재 국내에선 임대 방식의 실버타운만 지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강원도 원주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한 노후’를 주제로 민생 토론회를 열고 “2015년 폐지된 분양형 실버타운 제도를 다시 도입하고 민간 사업자 진입을 어렵게 하는 제도들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실버타운은 공동주택과 의료 시설, 취미·여가 시설 등이 접목된 복합 주거 단지로 60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공급이 활발했지만, 노인이 아닌 일반 수요자에게 주택을 분양하거나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몰리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가 2015년 분양형을 폐지했고, 이후 노인복지주택 공급이 끊기다시피 했다. 2022년 기준 국내 노인복지주택은 전국 39곳, 8840가구에 불과하다. 단지 수만 따지면 일본(1만6724곳)의 0.2%에 불과하다.

과거처럼 실버타운이 부동산 투기 수단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전국 인구 감소 지역 89곳에 한해서만 일단 분양형 방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경기도 가평·연천, 인천 강화·옹진 등 4곳을 제외하면 모두 비수도권 지역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관련 법 개정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하고, 인허가·건설 기간 등을 감안하면 2028~2029년부터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또 “특화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산층 고령화 가구 대상 민간 임대주택 ‘실버스테이’를 도입하겠다”며 “동작 감지기, 단차 제거 등 어르신들이 편하게 생활하실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의료 요양을 포함한 노인 돌봄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투자회사(리츠)나 건설사 등이 아파트나 오피스텔 형태의 임대주택을 짓고, 고령자 편의를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버스테이는 입지 제한이 없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는 고령층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제로 열린 22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를 듣고 있다./대통령실

정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공급하는 ‘고령자복지주택’도 연간 1000가구 규모에서 3000가구로 확대하기로 했다. 도심의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1000가구를, 민간 제안 방식으로 1000가구를 매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 요양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현재 95개인 장기요양 재택 의료 센터를 250개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 현재 3만8000원 수준인 중증 환자의 방문진료비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4월부터는 요양 병원 입원 어르신에게 간병비를 지원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치매 대응을 위해 치매 관리 주치의를 도입하고 치매 가족 휴가제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어르신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로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니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식사 가능 경로당 확대 및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식사 배달 서비스 도입 방침 등을 밝혔다.

대통령 잡아봐라… 늘봄학교 찾아 술래잡기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강원도 원주시 명륜초등학교의 늘봄학교(정규 수업 외의 방과 후, 돌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어린이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이 올해 전국을 돌며 진행하고 있는 민생 토론회는 이날 22번째로, 강원에서 연 것은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원주 의료 기기 혁신 클러스터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며 지역 맞춤형 정책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원주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 지정된 강원 ‘보건 의료 데이터 글로벌 혁신 특구’와 연계해 첨단 보건의료 산업 거점으로 대폭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원주고를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로 지정하고, 원주 특성화고를 협약형 특성화고로 지정해 교육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원주 교통망을 대폭 확충해 수도권-원주 시대를 열고 원주가 중부권 핵심 도시로 발전할 수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이어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광명, 수서, 잠실, 경기도 광주를 연결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D 노선을 원주까지 연결하겠다”며 “1월 착공한 여주∼원주 복선 전철을 차질 없이 건설하겠다”고 했다.

김동건 아나운서

이날 민생 토론회는 김동건(85) 아나운서가 사회를 봤다. 그동안 민생 토론회는 주로 관련 부처 사무관·서기관급 공무원이 사회를 맡았었다. 그런데 이날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란 주제에 맞춰 국내 최장수 현역 아나운서인 김씨를 섭외했다고 한다. 1963년 동아방송에서 시작해 61년째 아나운서로 활동해온 김씨는 39년째 KBS ‘가요무대’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