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일 약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예산안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긴 지 18일 만에 타결된 것이다.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기간이 걸린 지난해(12월 24일)보다는 빠르지만, 올해도 ‘지각 처리’의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됐다. 여야는 이날 예산안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세부 내용은 실무 작업을 거쳐 예산안을 처리하는 21일 본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제출한 657조원의 예산에서 4조2000억원을 감액한다고 밝혔다. 대신 연구·개발(R&D) 예산, 새만금 관련 예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등을 비슷한 규모로 증액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예산안 총규모는 정부안과 거의 비슷한 657조원 수준으로 맞춘다는 것이다.
R&D 예산은 현장 연구자, 차세대 원천 기술, 최신 연구 장비 지원 등을 중심으로 정부안 대비 600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정부가 대폭 삭감했던 새만금 관련 예산은 3000억원, 민주당이 요구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은 3000억원을 추가 반영하기로 했다. 다만 국가 채무와 국채 발행 규모는 정부안보다 늘리지 않기로 했다. 국회 관계자는 “총지출 증가율은 정부 원안과 비슷한 전년 대비 2.8% 증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야당 요구를 반영하되 건전 재정이라는 틀은 유지했다”고 했다. 이 증가율은 우리나라 예산 편성에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최저치다.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는 세법 중에서는 신혼부부가 양가에서 결혼 자금으로 증여세 부담 없이 3억원까지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주가 자녀에게 사업을 물려줄 때 증여세 최저세율(10%)을 적용하는 과세 구간을 현행 60억원 이하에서 120억원 이하로 올리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이번 예산안이 어려운 민생에 조금이라도 도움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홍익표 원내대표는 “양당이 최선의 협상을 했단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정부에서 (예산안이) 잘 집행되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