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과 중국의 축구 8강전에서 대한민국 이강인이 중국팀 수비를 돌파해 슛을 하고 있다./뉴스1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포털 사이트 다음(DAUM) 응원 페이지에 한국팀보다 중국팀을 응원하는 클릭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과 관련, 심야시간대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 조작 정황이 포착됐다.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가 확인한 중국 응원 클릭 2300만건 가운데 해외 단 2곳의 IP(인터넷주소)에서 2000만건 가까운 클릭이 쏟아져들어왔다. 카카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1일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중국 8강전 당시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총 3130만건의 ‘클릭 응원’이 있었다. 그 중 221만건(6.8%)은 한국 응원, 2919만건(93.2%)는 중국 응원이었다.

이런 상황이 논란이 되자, 다음은 클릭응원 총 3130만건 가운데 2294만건에 대해 IP 주소를 확인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단 1개 IP에서 1539만건, 일본 단 1개 IP에서 449만건 클릭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1989만건이 2개 IP에서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카카오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평소 다음스포츠의 접속 IP 비중은 한국이 99.6%이고 일본은 0.1%, 미국도 0.1%, 기타 국가가 0.2% 수준이다. 중국은 다음 접속이 차단된 국가다.

문제의 두 IP는 모두 경기가 끝난 2일 새벽 0시30분부터 클릭을 퍼부었다.

2일 오전 포털사이트 다음의 대한민국 대 중국의 아시안게임 8강전 클릭응원 현황(위), 네이버 클릭응원 현황. /다음, 네이버

중국 응원이 실제로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발생한 것인지, 혹은 한국이나 중국, 북한 등 제3국에서 네덜란드나 일본을 그저 경유만 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카카오는 “분석결과 한중 8강전 클릭 응원 수의 이상 현상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시간대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카카오 측은 특정팀에 대한 클릭응원 숫자가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현상을 감안해 지난 2일 클릭응원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부작용 등을 개선해 다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박성중 의원은 “이러한 매크로 조작 행위와 IP를 우회하는 VPN 기술은 8800만개의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처럼 여론을 조작하는데 쓰이는 교묘한 도구들”이라며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이런 조작행위가 드러났다는 것은 절대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 조작 의혹과 관련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고 국무조정실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