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평도 포격 전사자인 고(故)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인 김오복(63) 전 광주 대성여고 교장이 광주시가 조성 중인 ‘정율성 역사공원’ 철회를 요구하며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항의했다. 김씨는 대성여고에서 37년간 영어 교사로 근무하다 올 2월 정년퇴직했다. 김 전 교장은 지난 22일 정율성 역사공원 논란 소식을 접하고 “피눈물이 나서” 그날 저녁 7시 30분쯤 카카오톡으로 강 시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지난 5월 시청에서 만난 적이 있어 연락처가 있었다고 한다. 23일 김 전 교장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광주 남구 광주공원의 현충탑 주변 언덕의 한 추모비. 관리가 잘 되지 않은 모습이다. 고 서정우 하사 모친 김오복 전 교장이 직접 사진을 찍어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보냈다. /김오복 전 광주 대성여고 교장 제공
23일 광주시 남구 양림동의 '정율성 거리'는 정율성의 생전 행적이 말끔하게 정리돼 있다. /김영근 기자

-왜 메시지를 보냈나.

“정율성 공원 조성 소식을 듣고 너무 깜짝 놀랐다. 북한·중공군에 맞서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국군 장병들 생각에 피눈물이 났다. 설마 아니겠지, 정율성이 훌륭한 사람이라서 그랬겠지 싶어 나름대로 자료도 찾아봤다. 항일한다고 중국 간 것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상대로 침략 전쟁을 일삼은 중국 공산당과 북한 인민군을 위해 선동가를 지어준 사람을 위해 대한민국 세금으로 기념공원을 짓는다? 민주화와 호국의 고장인 광주가 정말 이러면 안 된다.”

-뭐라고 썼나.

“정율성이 음악성을 발휘한 게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중국 공산당을 위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6·25전쟁 때 수백만 명 희생시키고 나라 폐허로 만든 김일성에게 상장까지 받은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국비로 공원까지 만드는 건 정말 아니라고 말했다. 솔직히 강 시장으로부터 우리 서 하사 전사와 관련해 진심 어린 위로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다. 그게 섭섭하다는 게 아니다. 호국 유공자에게는 무관심하면서 공산 세력을 도운 인물은 높이 치켜세우며 기리는 건 대체 무슨 의도인가? 그래서 공원 사업은 보훈 가족에게 피눈물 나게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하는 일이니 제발 중단해 달라고 했다. 메시지 맨 마지막에는 ‘광주를 정말로 생각하는 서정우 하사 엄마 올림’이라고 썼다.”

8월 22일 광주광역시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에서 연말 완공을 목표로 정율성기념공원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김영근 기자

-답이 왔나.

“메시지를 보낸 지 2시간쯤 지나 밤 9시쯤 답장이 오더라. ‘2020년부터 계획된 것이라 추진할 수밖에 없다. 중단할 수 없다. 여러 각도로 생각해라. 일방적 이념 차원으로 보지 마라. 독일에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동상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다시 ‘독일은 통일해서 동독이 없어진 지 오래되지 않았느냐. 지금 한반도는 남북 대립 구도인데 이미 통일된 독일이랑 비교하는 게 맞느냐. 정율성이 중국 간 것은 좋은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중국 공산당에 가입하고 귀화도 하고 6·25 전쟁 선동가를 지으며 우리 적대 세력에 동조·협력한 사람에게 그냥 기념비 하나도 아니고 큰 공원을 꾸민다는 건 잘못 아니냐’고 보냈다. 더는 답이 없었다. ”

2012년 11월 17일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사한 아들 서정우 하사의 묘비를 닦고 있는 김오복 전 교장./김지호 기자

-시장에게 연락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지난 5월 시청에서 한 번 뵌 적이 있다. 그때 강 시장에게 ‘광주가 민주화 운동 하신 분들과 함께 호국 영웅도 잘 기려야 한다. 우리 고장에 호국 영웅, 국가 유공자 얼마나 많으냐. 균형을 갖춘 보훈 문화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광주 현충탑에 가보면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고 우범 지역처럼 관리가 잘 안 돼 있다. 재정비 좀 해달라. 호국 공원으로 다시 만들어줄 수는 없느냐고 요청했다. 내가 찍은 현충 시설 사진들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령을 모신 현충탑이 이런 식으로 방치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라 답했나.

“예산이 없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보훈 가족으로서 국가보훈부에 직접 예산 달라고 건의할 테니 시장님도 힘을 보태달라고까지 했다. 현충탑 주변 정비, 보훈 공원 조성할 예산은 없다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한 게 없고 북한과 중국 공산당의 앞잡이 노릇을 한 사람을 위해서는 48억원의 국비를 쓸 수는 있다는 건가? 정말 억울하다. 우리 아들의 희생은 뭐였는가 싶다. 그렇지 않나. 내가 잘못됐나.”

김 전 교장은 전화를 끊기 전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이번 논란이 강 시장 비난에 초점이 맞춰져서 안 됩니다. 중요한 건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해야 하는 일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상한 공원 대신 우리나라를 위해 지키다 희생된 호국 영웅을 위한 공원이 광주에 생겼으면 합니다. 국민들이 힘을 보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