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월3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첼시왕립병원에서 6.25전쟁 참전용사 콜린 새커리 씨를 만나 정전 70주년 기념식 초청장을 전달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잠든 전우들을 위해 아리랑을 부르겠습니다.” 영국의 대표 경연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우승자인 콜린 새커리(93) 6·25전쟁 참전용사가 부르는 아리랑이 부산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울려 퍼진다.

24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새커리 씨가 보훈부의 유엔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에 초청돼 이날부터 29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 이번 방한에서 새커리 씨는 부산에서 열리는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 무대 등에서 한국인의 얼이 담긴 ‘아리랑’을 열창한다. 새커리 씨는 6.25 참전 당시 전장에서 전우들과 함께 아리랑을 불렀다고 한다.

새커리 씨는 지난 2월 영국 참전용사에게 사의를 표하기 위해 런던의 첼시 왕립보훈병원을 방문한 박민식 보훈부 장관 앞에서 ‘아리랑’을 선보였다. 이에 박 장관은 크게 놀라고 감동해 “한국에 초청할 테니 올해 정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아리랑을 불러 달라”고 요청했고, 새커리 씨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공연이 성사됐다.

새커리 씨는 26일 시그니엘부산 호텔에서 열리는 ‘유엔참전용사 감사만찬’, 2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정전협정 70주년 및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 28일 영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참전용사 초청 리셉션’ 행사 무대에 차례로 올라 아리랑을 열창한다. 합창 형식으로 아리랑 등을 부른다고 한다.

새커리 씨는 “전우들과 무슨 의미의 노래인지도 모른 채 함께 아리랑을 불렀지만, 이제는 한국을 떠올릴 때마다 아리랑이 생각난다”며 “너무 아픈 기억이 많은 한국이었지만 아직도 우리를 기억해 감사를 전하는 한국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사진 오른쪽)이 지난 2월 3일(현지 시각) 영국 첼시왕립병원 방문해 한국전 참전 용사를 만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새커리 씨는 15세에 영국군에 입대했으며, 19세이던 1950년 9월 갓 결혼한 아내를 남겨두고 제45야전포병연대 소속 포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327고지 전투 등에서 중공군과 치열하게 싸운 그는 함께 참전한 6명의 전우 중 4명을 잃고 참전 2년 만인 1952년 고국으로 돌아갔다. 전사한 4명의 전우는 현재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돼 있다.

지난 2019년 89세의 나이에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역대 최고령 출연자로 참여한 그가 실수 한 번 없이 단 3곡으로 우승하면서 상금 25만파운드(약 4억1400만원)를 거머쥐었다. 결승전 시청률이 40%를 기록하면서 새커리 씨는 영국의 국민 스타로 떠올랐고, 새커리 씨가 하락세였던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부활시켰다는 평가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