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최소 31표에 달하는 이탈표가 대거 나오자,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 사이에서 비(非)이재명계를 뜻하는 ‘수박’ 색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탈자 명단을 만들어 응징을 주장하는 인민재판식 추궁이 이어지자, 당내 일부 의원들의 양심선언까지 등장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 297명이 투표해 찬성 139표·반대 138표·기권 9표·무효 11표를 받아 최종 부결됐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149표)이 필요한데, 10표가 모자라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날 결과로 이 대표는 구속 수사를 피하게 됐지만, 애초 압도적 부결을 공언했던 것과 달리 다수의 이탈표가 나오며 내홍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는데, 친문재인·이낙연계를 비난하는 의미의 ‘수박’을 언급하며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 A씨가 한 민주당 의원과 나눈 대화라며 공개한 문자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박’으로 의심되는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고, 이후 받은 답장을 인증하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 A씨는 ‘고○○ 의원이 겁주네요. 무섭게’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한 의원과의 문자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A씨가 “이번에 수박 인증 제대로 했네요”라고 보내자 상대 의원은 “나는 부표 던졌으니 함부로 얘기하면 가만 안 있을 겁니다”라고 답한다.

A씨는 “무기명이라고 어차피 증거 없다고 그동안 행실 다 무시하고 뭐라 했다고 겁준다. 이 정도면 협박 아니냐”고 “참고로 본인은 부결에 표를 던졌다고 한다”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 B씨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실과 나눈 문자를 캡처해 게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 대표 측 현장대변인을 맡았으나, 이후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하는 발언을 해 개딸들의 비난 대상이 된 바 있다.

네티즌 B씨가 이소영 의원실과 나눴다며 공개한 문자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문자에서 B씨는 “혹시나 싶어서 물어본다. 의원님은 부결표를 던지셨나, 가결표를 던지셨나. 의원님도 수박이라 불리는 리스트에 들어가 있더라”며 “확실한 답을 들려 달라. 민주당원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다”고 묻는다. 그러자 이 의원 측은 “이 의원은 부결에 투표했다”며 “그동안 방송을 통해 검찰수사의 부당함을 여러 차례 강조하신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여러 커뮤니티에는 “30여명의 이탈자는 알아서 자수하라” “어차피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니 미리 찾아내자” “수박 즙을 짤 때가 왔다” “수박들이 일부러 기권·무효표를 던진 것 같다” “이래도 수박들을 안고 갈 건가” “수박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박 28명 명단’이라는 제목의 추측 글이 퍼지고 이들에 대한 공천 배제를 주장하는 게시물까지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