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31일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 검토와 관련해 65세 이상 노인들의 무임승차를 언급하며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표(票)’ 눈치 보기로 사실상 불가침 영역이었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개선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올해 4월 버스나 지하철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데 (65세 이상) 무임승차로 적자가 생기고 8년째 요금 인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며 “서울시와 기획재정부가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기 싸움을 하고 있는데, 머리를 맞대서 좋은 해결책을 찾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65세 이상 무임승차는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부담은 지자체가 지는데 국회 기획재정위 중심으로 근본 해결 방법을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해묵은 과제인 무임승차 인구 증가와 지하철 만성 적자 확대 상황과 관련해 점검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 원내대표는 본지에도 “생색은 중앙정부가 내고 돈은 지방정부에서 내는 틀을 깨야 한다”며 “일단 문제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84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공짜’ 혜택을 주고 있다. 해외에서는 소득에 따라 적용하거나 할인 혜택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료로 하더라도 출퇴근 시간대 등은 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984년 당시 5.9%였던 노인 인구 비율은 지난해 말 18%로 높아졌고, 2040년 35%로 급격히 늘어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 폭은 매년 커질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주 원내대표의 지적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무임승차 정책은 모순적 상황”이라며 “서울 지하철은 원가가 2000원인데 1인당 운임은 1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값 운행’을 하는 셈”이라고 썼다. 지하철이 달릴수록 마이너스인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매년 적자는 1조원대인데 이 중 무임승차 비율이 30%”라며 “그동안 (서울교통공사가) 회사채를 발행해 버텨왔지만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민간 기업이었으면 서울 지하철은 이미 파산”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오는 4월 말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 300~400원 인상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우선 손실액을 국가에서 부담해 달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은 전날 간담회에서도 “기재부가 올해 중 무임승차 손실을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 인상 요금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예산심사 때도 기재부의 반대로 지하철 손실액 보전 예산 지원이 무산된 바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당장 난방비, 전기료에 대중교통 요금까지 서민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하철 서비스 원가를 낮추고, 인구구조상 확대될 수밖에 없는 무임승차 수요를 조절하는 것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만 요구할 게 아니라 각 지자체와 지하철공사가 구조조정 등 자구책과 무임승차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무임승차 적용 연령을 67~70세로 올리거나 적용 구간·시간대를 변경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정치권은 제도 개선은 후순위로 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노인 기준은 은퇴 연령, 노령연금 수급 시기 등 모든 게 맞물려 있는 사안이라 지하철 무임승차 적용 연령만 손쉽게 변경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를 제도를 만든 중앙정부가 함께 부담하는 것이 순리”라며 “노인 무임승차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