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여성가족부가 ‘비동의 강간죄’ 도입 방침을 밝혔으나 국민의힘과 법무부 반대로 무산된 것에 대해 “여성 인권을 후퇴시키는 만행”이라고 했다.

여가부는 전날(26일) 형법상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법무부가 곧바로 “계획이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혀 무산됐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비동의 강간죄를 도입하려는 여성가족부의 계획을 국민의힘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거부했다”며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가 강간이 아니면 무엇인가? 여성 인권을 후퇴시키는 만행”이라고 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놀랍게도 현행법상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해야만 성립한다고 되어 있다. 싫다고 말해도 성관계를 억지로 할 경우 죄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싫다는데 성관계를 하는 것은 강간이다, 이 말이 틀린가?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가 강간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 강간인가?”라고 했다.

이어 “상관의 지위를 이용한 위력 때문에, 또 실질적인 위협을 느껴 싫다는 의사표현 조차 못하고 당하는 여성이 셀 수 없다”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비동의 강간죄는 성관계 시 ‘예’, ‘아니오’라는 의사표시도 제대로 못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성인남녀를 평가 절하한다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천박한 성인지 수준에 제가 다 부끄럽다”고 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강간죄 구성 요건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것은 상식이자 세계적인 흐름이다. 영국,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캐나다, 스페인을 포함해 여러 나라가 이미 도입한 지 오래되었다”며 “아무리 여가부가 현 정권에서 찬밥 신세라 하지만 법개정 방침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곰발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나서서 동의 없는 강간을 분명한 범죄로 규정하는 입법을 주도하고, 민주당이 성차별 정당 국민의힘과는 다른 성평등한 정당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며 “민주당은 비동의강간죄 개정을 당론으로 이끌고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비동의 강간죄는 ‘동의 여부’ 판별이 쉽지 않아 무고한 남성들이 성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부부간 이혼 소송이나 연인 간 다툼이 있을 때마다 이 법 조항이 악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자신의 저서에서 “범죄 행위자의 처벌 여부가 전적으로 피해자 의사에 따라 좌우된다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폭행, 협박, 위력이 없었지만 동의 없이 이뤄진 성교가 범죄로 처벌되는 것은 과잉 범죄화의 폐해를 바로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