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안 협상 난항 - 국민의힘 주호영(왼쪽)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하고 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50여 분간 협상을 벌였으나 법인세 감세 등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덕훈 기자

국회가 15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예고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법인세 인하 계획 등을 반대하면서 본회의를 이틀 앞둔 13일에도 예산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는 “싱가포르(17%), 대만(20%)보다 높은 법인세율이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때 22%에서 25%로 높아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추는 개정안을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제출한 상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를 반대하면서 동시에 소득세 추가 인하 등을 주장하자 ‘놀부론’을 내세워 비판했다. 주 원대내표는 “민주당 정권 때 세금 폭탄으로 세금을 올려놓고 조금 깎아주는 걸 서민 감세, 국민 감세(라고 한다)”라며 “(놀부가)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고 고쳐주면서 선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나”라고 했다.

법인세 인하는 내년 예산안의 최대 쟁점이다. 야당이 반대하자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고세율을 정부안대로 22%로 인하하되 시행을 3년 유예하는 타협안을 제시했고, 국민의힘은 인하 폭을 애초 3%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낮추는 타협안까지 냈지만 민주당은 ‘당 정체성’까지 거론하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지금 정부는 다수 약자는 죽거나 말거나, 오로지 힘세고 많이 가진 초대기업, 수퍼 리치(부자)만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법인세법 개정을 연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협상 내내 여당은 윤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형국인데, 입법부인 국회를 자신을 위한 ‘통법부’쯤으로 여기는 저급한 인식”이라고 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윤 대통령을 겨냥해 “목소리가 크면 이기는 줄 아는 골목대장 느낌”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6조원 수준의 예산 감액을 통해 서민 관련 예산을 증액한다면 법인세 인하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정부·여당이 3조원 이상은 감액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니 우리도 법인세와 관련해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