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국정원장이 지난 10월 26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가정보원이 최근 2·3급 간부 보직 인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2·3급 간부 100여 명은 보직을 받지 못했고 여기엔 문재인 정부 시절 핵심 보직을 맡았던 인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초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1급 간부 20여 명을 전원 퇴직시키며 교체한 데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여 만에 국정원 간부진 물갈이 인사가 마무리된 것이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지난 9월 초 1급 간부 20여 명을 새로 임명하고 곧바로 2·3급 인사에 들어갔다. 당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1급 간부는 전원 퇴직했고, 새로 임명된 1급 간부들은 모두 내부 승진자였다. 그로부터 두 달여 만에 마무리된 후속 2·3급 보직 인사에서도 전 정부 관련 인사 일부가 보직을 받지 못하는 등 교체 인사가 이뤄졌다. 정보 소식통은 “직무 평가와 내부 감찰 등을 통해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했고, 대북 관계 지원 등 과거 정권의 시책을 뒷받침하는 업무에 투입됐던 논란성 인사에 대해서는 보직을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보직을 받지 못한 2·3급 요원은 향후 교육기관 입교나 지원 업무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최근 2·3급 보직 인사를 통해 100여 명에 대해선 사실상 ‘대기 발령’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간부진에서 전 정부 색채를 빼고 대공(對共) 첩보 수집 등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요원들로 물갈이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에선 간첩 수사와 대북 공작 등에서 일했던 요원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전 정부 때 대북 관계 개선 지원 업무를 맡았던 일부 요원이나 특정 인맥이란 논란이 제기된 인사들이 이번에 보직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전 정부 때 국정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받는 서훈·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가깝다고 평가받는 일부 인사도 무보직 인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규현 원장 취임 후 국정원은 감찰심의관 자리를 신설하고 현직 부장검사를 파견받았다. 이후 국정원에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및 남북 정상회담 과정 등 문재인 정부 때 있었던 북한 관련 업무에 관여한 인사에 대해 고강도 내부 감찰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전 정권의 남북 관계 시책을 뒷받침하는 데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은 직원들은 일정 기간 보직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이 취임 6개월 만에 간부직 인사를 마무리한 것을 두고는 “내부 진통이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 2인자’로 꼽히는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던 조상준 변호사가 취임 4개월 만에 면직된 것을 두고도 간부직 인사를 둘러싸고 김 원장과 이견이 불거진 게 한 원인이란 말이 나왔다. 정보 소식통은 “김 원장과 또 다른 고위 간부의 이견으로 인해 일부 간부직 인사가 1시간 만에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며 “과거 정부 때 특정 인사 라인으로 평가받거나 대북 지원 업무에 관여했다는 점 등이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간부 인사 과정에서 외교관 출신인 김규현 원장과 국정원 특정 인맥 간에 알력이 벌어졌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정보 소식통은 “김 원장은 국가관과 정체성을 중심으로 간부진 인사를 하려고 한 반면, 일부 국정원 간부는 과거 근무연 등을 내세워 논란성 인사를 구명하려 한다는 잡음이 국정원 내부에서 불거졌던 것으로 안다”면서 “재외공관에 파견된 국정원 요원 중에 전 정부의 대북 지원 업무나 특정 고위층과 관련 있는 인사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면 다른 정보 소식통은 “보수 정권 시절 특정 라인으로 분류됐다는 이유로 이번 간부 인사에서 불이익을 봤다는 주장도 제기돼 일부 내부 동요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