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발에… 오후 6시 넘어 정진상 사무실 압수수색 - 검찰 관계자들이 9일 오후 국회 본청에 위치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사무실 앞에서 압수 수색을 두고 민주당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국회에 도착했는데 민주당과 대치가 길어지면서 오후 6시 넘어 압수 수색 절차가 시작됐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당 회의를 주재하면서 최측근인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수수 혐의와 이와 관련한 검찰의 당사 압수 수색 등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이태원 참사를 거론하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다시 촛불을 들고 해야 되겠냐”고 했다. 최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이태원 사고로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같은 시각, 검찰은 당대표실 내 정 실장 사무실 압수 수색을 위해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 대표의 다른 핵심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8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지 하루 만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회의에서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태원 사고와 관련한 대통령 사과 등을 주장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2017년 문재인 정권을 만들어준 ‘촛불’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내 아들의 이름과 얼굴을 가리지 말라는 오열도 들린다”며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하냐”고 했다. 이어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된다”며 “숨기려고 하지 마라, 숨긴다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지 세력 일각의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에 선을 긋고 있지만, 이 대표는 이날 “정부 출범 6개월 동안 온갖 참사가 벌어졌다”며 “우리 국민들께서는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계신다”고 했다. 야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이태원 사고를 계기로 결국 장외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했던 중소기업·소상공인 토론회 참석은 취소하고 비공개 회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용산소방서를 방문했고 국정조사 협조를 구하기 위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만났다. 의원총회에서는 “일하면서 싸우자”고 했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정 실장 혐의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했다. 검찰은 이날 국회 본청과 민주당사에 있는 정 실장 사무실과 정 실장 자택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태원 참사로부터 국민의 눈을 돌리려는 정치 탄압 쇼”라며 반발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야당 당사 침탈에 이은 국회 침탈”이라며 “국민의 절반은 이재명 당대표를 찍었다. 0.7% 차이의 정부,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이 대표 한 명 때문에 당 전체가 위험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힘쓰지 말고 민생에 집중하라”고 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검찰의 수사가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향해 가고 있다”고 썼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은 대장동 지분 중 428억원가량이 김용·정진상·유동규의 몫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대장동, 백현동, 위례신도시 등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이제야 개발 사업과 유착한 정치 세력의 이익 공동체라는 모양새를 하고 나타나는 형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돈과 유흥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대장동 형제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민주당은 더 이상 대장동 이익 공동체를 위한 방패막이로 휘둘려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