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발사한 미사일 2발은 종류가 다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각각 350km, 800㎞쯤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한 것으로 탐지됐다. 평양에서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는 330㎞, 이날 미국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전단이 한·미·일 훈련으로 전개 중인 동해 수역까지는 700~800㎞ 떨어져 있다. 두 발의 북한 미사일이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다. 평양 삼석이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원점 타격이 어려운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발사됐다. 전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SRBM으로 한반도 전역과 한·미·일 작전 구역을 언제든 핵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는 무력 시위로 풀이된다.

북한 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 발사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6시 1분부터 6시 23분까지 북한이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미사일은 비행거리 350여㎞, 고도 80여㎞, 속도 약 마하 5로 탐지됐다. 두 번째 미사일은 비행거리는 800여㎞, 고도는 60여㎞, 속도는 약 마하 6이었다. 비행 궤적상 첫 번째 미사일은 초대형 방사포(KN-25), 두 번째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로 추정됐다. 2종의 SRBM을 타격 목표를 달리해 섞어 쏜 것이다. KN-23·KN-25 동시 발사는 지난 6월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를 포함해 SRBM 8발을 동시다발적으로 쏜 이후 4개월 만이다. 한미 방공 체계를 흔들어 원점 타격 및 요격을 피할 방책을 찾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발사한 KN-23은 비행거리 800여㎞를 기록해 평소 300∼600㎞로 파악됐던 기존 KN-23보다 향상된 사거리를 보였다. KN-23 탄두 무게를 달리하면서 비행거리 등 특성을 조절하는 성능 개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 기준으로 한미가 지난 4~5일 북한 미사일 대응 사격에 나섰던 장소인 강릉 군 기지까지는 307㎞, 계룡대는 334㎞로 KN-23은 물론 다연장 로켓의 북한 버전인 KN-25 사정거리에 들어간다. 평양에서 부산까지는 521㎞, 제주까지는 620㎞쯤으로 개량된 KN-23의 타격 범위에 들어간다. 한국 전역이 전술 핵탄두 탑재까지 가능한 북한 SRBM에 노출되는 것이다. 지난 4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4500여㎞를 날아가 태평양에 낙하해, 평양에서 3400여㎞ 거리인 미국령 괌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 괌은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의 발진 기지다.

한미 군 당국은 이번 발사가 삼석이라는 낯선 장소에서 이뤄진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통상 북한은 평양에서 미사일을 쏠 경우 순안비행장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양 중심부 동북쪽이자 대동강 서안으로 평양방어사령부가 있는 구역인 삼석에서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SRBM 2발을 발사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삼석 구역은 평양 인구 밀집 지역 인근의 개활지(開豁地)”라면서 “야전 전개 능력을 테스트해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순안비행장을 원점 타격하더라도 삼석 등 다른 지점에서 재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고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사일 표적도 SRBM 발사 시 주로 설정하는 함북 길주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이 아니라 이번에는 동해상 동북쪽을 삼았다. 발사 지점, 방향 모두 통상적인 패턴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준 것이다.

북한은 이날 미사일을 포함해 최근 12일 사이 이틀에 한 번꼴로 미사일을 쐈다. 올해 들어선 탄도미사일을 22차례,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보면 10번째다.

잇따른 북한 도발에 한미는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이날 미 공군의 주력 통신 감청 정찰기 RC-135V(리벳 조인트)가 경기 남양주 인근에서부터 강원 양양 상공을 거쳐 동해 쪽으로 향하는 항적이 포착됐다. 합참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긴밀한 한미 공조로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