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5일 한 공군기지에서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 중인 F-35A 스텔스 전투기 모습./국방부 제공

지난 6월 공군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점검하다 항공전자 계통 결함이 발견돼 비행 계획을 급히 취소해야 했다. 5년 만에 실시되는 한미 연합 비행 훈련을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 5월에는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F-35A 전투기가 사격 등 화력 통제 계통에서 이상이 발견돼 정비소로 보내졌다. 지난 1월 비행에선 훈련을 마친 F-35A가 랜딩기어가 펴지지 않아 동체(胴體) 착륙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공군 핵심 전력인 F-35A가 정상 작전을 개시한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비행 불능 상태(G-NORS), 특정임무 불능 상태(F-NORS) 판정을 총 234건 받은 것으로 3일 나타났다. 최신 전투기 도입 초기라 필요한 수리·부속품 확보 및 관리에 구멍이 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결함으로 전투기들은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4개월 이상 비행 또는 특정 임무 수행을 못 하고 정비소 신세를 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군 3축 체계 가운데 하나인 ‘킬체인(선제타격)’의 핵심 전력인 F-35A가 관리 부실로 제대로 된 대비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F-35A는 공군이 보유한 유일한 스텔스기로 1대 값이 1000억원에 달한다. 2014년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40대를 구매하기로 결정했으며, 2018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4년에 걸친 도입 절차가 완료됐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추가로 20대 정도를 더 도입하는 F-X(차세대 전투기) 2차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입수한 공군 자료에 따르면, F-35A 전투기는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점검 과정에서 비행 불능 상태 172건, 특정 임무 불능 상태 62건 판정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비행 불능 상태는 117건, 특정 임무 불능 상태는 45건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는 각각 55건, 17건이었다. 전투기는 비행 전후 등 수시로 점검을 받는데 이때 이상이 발생하면 비행 자체나 급강하·음속 비행, 레이더 활용 추적 작전 등 특정 임무 작전 활동에 제한을 받는다. F-35A는 5세대 스텔스기로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 등 통합 항전 시스템을 갖췄다. 최대 속도는 마하 1.6이며, 전투행동 반경은 1093㎞에 달한다. 북한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 군이 미국으로부터 인수한 스텔스 전투기 F-35A가 태극기를 달고 2019년 3월 미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비행하는 모습./방위사업청

F-35A 40대의 비행·특정 임무 불능 상태 총 발생 건수는 보유 대수가 많은 노후 기종 F-4E·F-5 전투기보다도 2배 이상 많았다. 현재 F-5 계열 전투기는 80대 안팎, F-4는 20대 안팎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자료에 따르면, F-4E의 경우 비행 불능 상태는 지난 한 해 13건, 올해 상반기 13건 발생했고, 특정 임무 불능 상태는 모두 0건이었다. F-5는 비행 불능 상태가 지난해 20건, 올 상반기 8건, 특정 임무 불능 상태는 지난해 38건, 올 상반기 4건이었다. 군 관계자는 “어느 기종이나 부품 문제 등으로 이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F-35A는 특히 그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주요 원인으로는 F-35 도입 초기로 필요한 수리·부속품을 사전에 확보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공군 관계자는 “F-35 자체가 운용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최신 기종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문제가 매번 발생하고 이를 보완해야 하는 상태”라면서 “그 때문에 관련 수리·부품 파악과 신청, 그리고 조달 과정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군 안팎에선 F-35A가 킬체인 핵심 전력인 만큼 가동률이 떨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 같은 이상 판정으로 인해 F-35 전투기들은 짧게는 수일, 길게는 120여 일 이상 비행 또는 급강하 폭격 작전, 사격 훈련 등 특정 임무 수행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비행 불능 판정으로 전투기들은 지난 한 해 평균 12일간 비행을 하지 못했다. 부품 교체 등으로 정상화하는 데 평균 12일이 걸렸다는 의미다. 특정 임무 불능 상태 판정을 받고 정상 복구되는 데는 지난 한 해 평균 129일이 걸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평균 24일 동안 특정 임무 수행이 제한되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F-35A는 노후 전투기 문제를 해소하고 대북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입한 것”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는데 핵심 전력이 관리 부실로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