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악수하며 미소짓고 있다. 윤 대통령은 85분간 접견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우려를 전하며 “양국이 상호 만족할 만한 합의 도출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한국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을 85분간 접견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북핵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하루 일정으로 이날 오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해리스 부통령은 윤 대통령 예방에 이어 전방 비무장지대(DMZ) 등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한 접견에서 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면서 “양국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정신을 바탕으로 상호 만족할 만한 합의 도출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한국 측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법률 집행 과정에서 한국 측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마련되도록 잘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존 ‘한국 측 우려를 잘 알고 있다’는 미국 측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했다. ‘법률 집행 과정에서 우려 해소’는 IRA의 세부 이행 규정 등을 통해 한국 측의 입장을 배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후 4개월 만에 해리스 부통령이 방한한 것은 강력한 한미 동맹에 대한 양국의 굳건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식 당시 미국을 대표해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가 참석한 것을 언급하며 “남편이 (윤 대통령) 취임식에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고 인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과 관련해 “한국 내 논란에 대해서 미국 측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깊은 신뢰를 갖고 있고, 지난주 런던과 뉴욕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뉴욕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이나 한미 정상의 ‘48초 환담’ 등 국내의 일체 논란에 대해 미국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력 정책 법제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또 확장 억제를 비롯해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긴밀한 협의를 높이 평가하면서 북한의 7차 핵실험과 같은 도발에는 한미 공동 대응 조치를 즉각 이행하기로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필요 시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장치 실행을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한미 정상 간 합의 사항도 재확인했다. 유동성 공급 장치에는 한미 통화스와프(달러와 원화 맞교환)도 포함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공급 장치가) 가동될 수 있도록 한국은행과 미 연준 간에 적극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오늘 한미 동맹을 더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며 한미 동맹 구호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성평등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 사회 여성들의 참여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오늘 여성 지도자 환담이 유익한 결과를 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정부도 여성 역량 강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후 서울 중구 주미대사 관저에서 한국 여성 리더들과 간담회를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김연아씨, 최수연 네이버 대표, 배우 윤여정씨 등을 만나 “여성들이 성공할 때 사회 모든 부문이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민주주의를 강화하길 원한다면 성평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