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전 국군기무사령관(현 아랍에미리트 대사)이 2018년 3월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2급 비문(祕文)인 계엄 문건을 보고한 뒤 이 문건을 비문 관리처에 반납하지 않았다고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실태조사 TF(태스크포스)가 14일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이 문건에 대해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에게 비공식적 의견을 구하고 국·실장 회의에서 ‘문건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후 국·실장들에게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확인서에 서명하라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무사 문건 국회질의 참석했던 송영무·이석구 - 2018년 7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석구(왼쪽) 당시 국군기무사령관이 이른바 ‘기무사 계엄 문건’에 관한 질의에 답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그의 앞에는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이 앉아 있다. /조선일보 DB

국민의힘 TF는 14일 이 같은 혐의 등으로 송 전 장관·이 전 사령관·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 등 3명을 고발했다. TF 위원장인 한기호 의원은 “송 전 장관은 직책으로 계엄 문건 사건과 세월호 사찰 의혹 등을 이용해 기무사를 해체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기무사 계엄 문건’은 2017년 3월 대통령 탄핵 정국 때 탄핵을 놓고 찬반 세력이 충돌할 경우 등을 대비해 작성된 기밀 문건이다. 실제 그런 최악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고, 문건은 당시 국방부 장관의 판단에 따라 종결 처리됐다. 그런데 정권 교체 뒤 문건이 돌연 외부로 유출돼 왜곡 해석되면서 마치 군이 국민을 상대로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식으로 조작 발표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TF 관계자는 “당시 기밀 문건이 어떻게 유출됐는지가 문제였는데, 문건을 보고받은 송 전 장관 측이나 문건을 반납하지 않은 이석구 전 사령관 측이 국방부 장관정책보좌관이나 청와대 등을 통해 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임 소장에게 문건을 유출해 폭로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고발장 등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재임 중이던 2018년 3월 16일 비문 관리처에서 박근혜 정부 때 작성됐다가 종결된 계엄 문건 2부를 받았다. 그는 보고 과정에서 송 전 장관에게 제출한 문건 외 나머지 1부는 반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비문 담당자가 “왜 반납하지 않느냐”고 묻자 “내가 알아서 파기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계엄 문건 작성 당시 책임자였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체류 중인 미국에서 입장문을 내고 “계엄 문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자진 귀국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은) 정권을 잡았다고 기무사가 모의한 친위 쿠데타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냐”고 했다.